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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code official Jan 04. 2022

새로운 체제로 이어가는
어태치먼트의 이야기

맡기는 자와 잇는 자가 말하는 새로운 브랜드



지난 1999년도에 설립된 남성복 브랜드인 어태치먼트가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카즈유키 쿠마가이가 퇴임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2022년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그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인 코키 에노모토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새로운 체제로 전개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죠. 코키 에노모토는 2006년도에 어태치먼트에 입사하여 6년간 경험을 쌓고 2012년도부터 준 타카하시가 이끄는 언더커버와 호리카와 타츠로가 이끄는 율리우스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2019년도에는 다시 어태치먼트로 복귀하여 자신의 스승인 카즈유키 쿠마가이와 함께해왔죠. 현재는 자신의 브랜드 베인(VEIN)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2000년대 도쿄 패션의 중심에 서있기도 했던 어태치먼트가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 배경과 최근 업계의 동향 그리고 앞으로 브랜드가 어떤 변화를 맞게 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브랜드를 떠나야겠다고 다짐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카즈유키 쿠마가이 : 2020년 연말쯤으로 기억해요. 1999년도에 혼자서 브랜드를 만들어 나름대로 일본 패션에서 입지를 쌓으며 규모도 조금씩 확대해나갔었지만 경영과 디자인을 양립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죠. 그래서 지난 2017년에는 더 솔로이스트와 타트라스가 속해있는 야기 그룹과의 M&A 계약을 체결했어요. 디자이너로만 활동하고 싶었거든요. 브랜드에 진화가 필요하기도 했던 시점이고요.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를 맞이하는 이 업계에서 단지 좋은 물건만을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도 요구되죠. 그런 점에서 저는 팀 전체를 총괄하여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고 능숙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제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퍼스트 어시스턴트인 에노모토에게 디자이너를 맡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디자이너를 맡아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코키 에노모토 :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냐고 되물었어요. 정말 놀랬거든요. 제 브랜드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됐는데 이런 커다란 브랜드를 동시에 디렉팅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먼저 들기도 했어요. 정말 기쁜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느껴졌기에 4일 정도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온 쿠마가이 씨가 저를 인정했다는 것과 제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수락했죠. 사명감을 느꼈거든요.



새로운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쿠마가이 : 그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재능과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재능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브랜드를 한층 더 높은 곳으로 이끌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만 작업을 해왔던 제가 서툴렀던 부분에서 항상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에 제가 걱정할만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또한 자신의 브랜드를 2년 동안 전개해왔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한동안은 제가 계속해서 그에게 도움을 줄 거예요.





최근 업계의 상황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쿠마가이 :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매출 감소는 이제 모든 브랜드들이 체감하는 문제죠. 어태치먼트도 다르진 않았어요. 리먼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적자를 기록했죠. 2021년은 다행히도 흑자로 복귀하는 경향을 띄고 있지만 앞으로의 판매 방법이나 사업의 방향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을 제대로 간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기에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에노모토 : 현재 국내의 직영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매출의 20%을 차지하는 해외 셀렉트 샵의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에요. 국내 정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해외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이즈 감은 물론 요구하는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주지 않고 지켜나가고 싶은 것도 있겠네요.


에노모토 : 쿠마가이씨가 어태치먼트를 설립할 때 내건 "옷은 입은 사람의 매력이나 개성을 끌어내는 장치일 뿐이다."라는 슬로건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어요. 저 또한 이에 깊이 공감하고요. 디자이너를 맡게 됐을 때부터 이 부분만큼은 끝까지 지켜나가자고 생각했었고요. 어태치먼트는 언뜻 보면 심플한 실루엣이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소재나 마감 그리고 실루엣 하나하나에 정중함과 성실함이 담겨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저만의 어태치먼트를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예요.





FW22 컬렉션을 빠르게 공개했어요. 보다 젊은 모델을 기용해서 말이죠.


에노모토 : 기존 룩북에서 기용했던 모델과의 나이차는 있지만 딱히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브랜드의 중심 고객인 30대를 유지시키면서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접근성을 품은 디자인 방향은 현재까지의 어태치먼트와 같습니다. 젊은 모델을 기용해 비주얼을 활용한 건 이 나이대의 젊은이들이 표현하는 패션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입사했을 20살 무렵에는 1,000원짜리 컵라면으로 하루를 보냈어요. 아낀 돈으로 옷을 사기 위해서요. 그런 감정들을 저만의 어태치먼트에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쿠마가이씨의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쿠마가이 : 올 5월에 완전히 이 브랜드를 떠나게 됐어요. 그 후로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아서 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해요. 여전히 옷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싶지만 조직으로 운영해나가기보다는 처음 어태치먼트를 설립했을 때처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네요.


에노모토 : 저는 언제나 쿠마가이씨의 어시스턴트일 거예요. 저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끝까지 믿고 따르고 싶거든요. 쿠마가이씨가 장난기 넘쳤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균형 잡힌 디자이너로 성장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가 생각나요. 자신이 흐트러트린 것들을 정리해줄 존재라고 해준 것도 기억나고요. 그렇기에 더더욱 실망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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