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깊은 밤 - 이유진 장편소설
작년 가을... 유난히 도서관에 자주 갔다.
공허한 마음이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책이라도 읽으면 답답한 이 마음이 잠시나마 치유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날도 점심시간에 점심도 거른 채 내 마음을 달래줄 책이 있다면 찾던 중 그동안 올라가지 않았던 2층 문학/소설책들이 있는 곳으로 끌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예쁜 책 표지.... 그냥 잡았다.
퇴근길, 전철 안에서 다 읽어 내려갔다.
닿을 듯 말 듯 이어질 듯 말듯한 애틋한 사랑이야기
사랑하지만 상황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아이를 낳고 키우며 십수 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변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뜨거웠던 사랑이 결혼 생활을 지속시켜주는 많은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 우리도 한때는 불같이 사랑했었지.... 개인적으로 불같은 사랑은 없었던 것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아쉽기도 하다.
이 책 이후 난 로맨스 소설을 더 구입하고, 대출받기 시작했다.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내 맘에 와닿은 글귀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오만이 꺾이는 순간이 온단다"
언젠가 한 번은 꺾이는 것이 인생이라고, 꺾이고 나면 조금 더 넓고 깊어질 거라고. 꺾여야 할 순간에 고개를 빳빳이 들다간 네 할머니처럼 평생이 외로울 거라고.
남자 주인공 어머니가 여자 주인공 이복 여동생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자라온 아이)에게 하신 말.
생뚱맞지만 두 주인공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보다 내 마음에 더 와닿았다. 내가 그 오만이 꺾이는 날들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오만이 꺾이고 나면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