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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26. 2023

여름 음식과 INTJ-A

대학생 때. 우체국에서 알바를 했다. 1년 동안. 


교대 근무인 탓에, 그 옛날 혼밥. 적당히 사람 적고, 가까운 식당 한 곳을 찾았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메뉴가 있는 그런 식당. 


모든 계절을 다 거친 탓에. 같은 식당에서 겨울엔 늘 만둣국. 여름엔 늘 돈가스를 먹었다. 추워서, 더워서. 


사장님은 조심스레, ‘떡만둣국은 어때….” 라며 추천을 하기도 했고, “왜 맨날 돈가스만 먹어? 오늘 다른 거 맛있는데” 그날 좋은 음식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내 대답은 “떡을 안 좋아해서.” “더워서요.” 진심이었다. 


그땐 맛이 삶의 공기를 충만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적당히 조용한 식당에서, 한 끼와 추위 더위만 해결만 하면 됐다. 


오마카세를 즐긴다는 지금 20대. 그들은 나보다 삶을 좀 더 빨리 알아가게 되는 걸까. 


아무튼. 여름엔 돈가스, 시원한 국수. 


생돈가스든 냉동이든 고기를 사서 튀김 옷을 입히든. 집에서 먹는 맛의 성패는 소스에 달렸다. 


마트엔 당당히 돈가스 소스라는 이름을 달고, 오뚜기라는 후광을 가진 녀석이 있다. 그걸 사서 뿌리면?

‘역시~ 돈가스는 사 먹어야지!’라는 결론 


그러니 그 옆에 있는 우스타 소스를 산다. 


우스타 소스 종이컵 1/4, 케첩 종이컵 1/4, 우유 종이컵 1/4, 설탕 어른 숟가락 2~3번, 물 종이컵 한 컵을 모두 넣고 섞는다. 


팬이든 냄비든. 밀가루를 어른 숟가락 2번 넣고, 밀가루와 비슷한 양으로 버터를 넣는다. 


불을 약하게 켜고 버터와 밀가루를 잘 섞여 녹여주고, 만든 소스를 넣고 끓이면서 저어준다. 


여기까지만 해도 맛있다. 심심하니까 마늘을 넣어준다. 마늘 돈가스를 파는 식당에선, 마늘이 돈가스 전체를 덮도록 많이 준다. 


소스에 그냥 넣어도 되고, 매운맛이 걱정되면 한 번 볶아서 넣어도 좋다. 


매콤한 양념장을 넣은 막국수와 함께면 딱 맞겠다.


근데 초등 2학년 딸은 어쩐다. 간장 비빔국수도 한다. 


아무리 간단한 음식도, 한 끼에 3개를 하려면 논리력이 필요하다. 달걀은 언제 삶고, 돈가스는 언제 튀기고, 면 두 종류는 뭘 먼저 올리고. 


INTJ-A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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