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ee 娘娘(솔이 냥냥)을 모시는 집사의 이런저런 생각들.
고양이 "솔이 냥냥", 어느 날 문득 우리 집으로 오다.
따뜻하던 어느 날 갑자기 "솔이 냥냥"이 우리 집 문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남동생이 이동장을 든 손으로 툭툭 밀고 들어온 거였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3년 전 남동생이 여자 친구와 헤어지며 충동적으로 암컷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거죠. (여러분은 절대 이렇게 입양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 책임감 없는 행동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동생 녀석 멱살을 잡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과거에도 강아지, 고양이를 임시로 데려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입양하겠다고 데려온 건 처음이었기에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포함한 부모님은 새로운 "가족"으로 고양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이 우려했던 것보다 꼼꼼하게 접종이며 사료/화장실 등을 챙겼고, 손 씻지 않고는 못 만지게 할 정도로 예뻐했기에 잠깐이겠거니 하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잠깐이 4년 차로 접어들어 지금은 저희 집 "상전"으로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솔이 냥냥"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솔이 냥냥은 그루밍을 하든, 잠을 자든 항상 사람 몸에 발이나 머리를 가져다 대며 애교를 부리는 뽀시래기였습니다. 이런 모습에 저 또한 푹 빠져 들었고, 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솔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남동생이 지은 것이므로)"냥냥"이라는 애칭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냥냥(娘娘)"은 중국어로 "마마"라는 뜻이고, "황후"나 "귀비" 뒤에 붙여서 쓰는 명사입니다.
이 단어는 가족 모두가 잠들었던 겨울밤, 솔이 냥냥과 이불을 끌어안고 보던 중국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시녀 역할의 배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주인공에게 "귀비 냥냥"이라라고 부르는 순간, 고양이상을 한 주인공의 도도한 얼굴과 솔이의 얼굴이 겹치며 "이거다!!" 외쳤고, 저는 솔이를 "솔이 냥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저만 느끼는 게 아녔는지, "냥냥"이라는 애칭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 옷은 저도 사서 입혀보고 싶습니다!!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솔이 냥냥, 집사는 잘하고 있는 걸까요?
"솔이 냥냥"과 저는 마구마구 뛰어다니던 아깽이 시절을 지나 같이 똥똥해지며 느긋한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연을 계기로 힘들 때마다 위로도 받고, 일에 대한 영감도 함께 받고 있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했지만 가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릴 때면, 내가 받은 위로받는 만큼 우리 냥이도 행복해하고 있는 걸까? 싶어 같이 온 길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렇게 둘이 찍어온 작은 발자국들을 돌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같이했고 버라이어티 한 경험들을 해 왔던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아이를 낳아 그 아이와 함께 한 추억들을 쌓아가는 것처럼요.
작고 소소했던 기억들이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힘들 때마다 엎어지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고 저 스스로가 될 수 있게 한 기억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여정은 지금도 진행형 이기에, 좀 더 정제된 형식으로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듣고 계속해서 배워 나가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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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기 위해 중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