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기 위해 중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
솔이 냥냥에게 발정기가 시작되다.
뽀시래기가 뽀시락 뽀시락 거리는 걸 보며, 귀여움에 한참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너무 어리지 않은 상태로 데려왔고, 태어난 날을 듣긴 했으나 입양시켜 주시던 분이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하셨었기에, 몸무게와 상태로 중성화가 가능한 날짜를 가늠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점점 묵직해져 가던 어느 날 솔이 냥냥이 엉덩이를 뒤로 빼며 높은 고음으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냥이의 변화는 너무나 급작스러웠고, 놀라웠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눈에 띄던 증상을 더듬어 봤습니다.
1. 평소 들어보지 못한,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간 아기 울음소리를 낸다.
2. 바닥에 몸을 비비며 구른다.
3. 다리를 굽히고 몸을 최대한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위로 든 후 마치 포복훈련을 하듯 엉금엉금 돌아다닌다.
처음 보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겪는 것도 아니었는데 스스로 어쩌지 못해 이리저리 구르고 우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감지했을 때,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거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솔이 냥냥 가출한 지 10시간 만에 간신히 발견되다.
이 상황이 벌어지기 2주 전, 예방접종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중성화 시기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솔이 냥냥은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았고 몸무게도 1.4kg 정도로 너무 가벼워 조금 더 지나서 수술을 진행하자고 말씀하셨고 제 눈에도 아직 너무 가볍고 작아 수술을 시키기엔 "아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냥이가 힘들기도 하고 나중에 병이 생길 수 도 있으니, 시기가 되면 중성화를 해야겠다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병원 방문 다다음날, 오늘은 아직 괜찮겠지, 조금 더 몸무게가 늘어야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근을 했고, 밤 10시 즈음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하얀 얼굴로 솔이 냥냥이 없어졌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그날 저녁,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문을 잠깐 연 순간, 냥이가 순식간에 문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었습니다.
분리수거 쓰레기의 양이 많았고, 두어 번에 나눠 쓰레기를 버리러 가시던 아버지는 냥이가 뛰쳐나가버린 후에야 집에 솔이 냥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셨습니다.
그날 밤, 저와 저희 아버지는 새벽까지 솔이 이름을 외치며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집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과 사료를 두어 유인해라, 이름을 부르며 찾아라 등등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아파트 단지 주변에 평소 먹던 사료를 두고 이름을 부르고 차 밑을 비춰보며 솔이 냥냥을 찾아다녔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문득문득 "발정기가 와서 나가버린 고양이는 찾기 힘들다"거나, "사설탐정을 고용했는데 아직도 못 찾았다"는 등의 글들이 생각날 때엔 이제 진짜 못 보면 어쩌지? 오늘 아침에 힘들게 몸을 꼬던 모습이 마지막이면? 이대로 끝인가? 애가 당황해서 찻길에라도 뛰어들면? 등등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새벽녘이 밝아오면서 마음속으로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 즈음, 아버지께서 출근하기 전에 한번 더 찾아보신다며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큰 소리로 저를 부르시기에 현관에 나가보니, 아버지께서 솔이 냥냥을 안고 서 계셨습니다.
평소에 잘 만져주지도 못하시던 분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손에 힘을 꽉 주고 번쩍 안아 들고 서 계셨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어떻게 어디서 찾았냐고 여쭤봤더니,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 끝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찾을 때는 어둡기도 했고 구석이라 안 보였던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사는 곳이 고층이라는 것과 냥이가 멀리 가지 않았었다는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그 겁 많은 애가 밖으로 뛰어나가 처음 보는 상황에 겁먹고 꼼짝없이 웅크리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미안하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안쓰럽고, 내가 무지해서 애가 힘들었구나, 엄청난 죄책감들이 쏟아졌습니다.
우선은 가족 모두가 출근해야 했기에 화장실과 사료, 물, 그리고 솔이 냥냥을 방에 들여놓고 출근했고 돌아오자마자 지체 없이 이동장에 넣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진정되는 경과를 본 후 수술을 진행했고, 넥 카라를 한 솔이 냥냥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솔이 냥냥의 가출과 그로 인해 가슴 졸여가며 배운 것
중성화를 하고 첫 퇴원을 했을 땐 비척이며 밥을 잘 먹지 못하기도 했지만, 열흘 정도 지나자(개묘 차가 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글미 넘치는 솔이 냥냥을 돌아와 주었고 무사히 실밥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아래와 같은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1. 입양 전에 돌발상황에 대해 공부해 두는 것이 사고 후 수습하는 것보다 낫다.
저는 이 일을 겪으며 입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입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일 잘못했던 점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수의사 선생님께 문진을 받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내용과 생각 만으로 상황을 판단해 "상황을 방치"한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힘들어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적당히 이렇게 대처하면 되겠거니 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덜 자랐거니 하는 안일함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얼마만큼 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등을 공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 발정기는 고양이도 힘들지만, 사람도 힘듭니다. 평소 귀여운 모습만 보다가 애가 타는 듯이 몸을 꼬며 우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사람도 정말 많이 놀라고 당황하게 되고 조금은 거부반응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입양 전, 각 상황에 대해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양이 자체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지만 어떤 상황이 나타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혹 고양이 발정기와 관련한 좋은 컨텐츠를 아시는 분은 댓글에 공유 부탁드립니다! 정리해서 여러 집사/예비 집사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2. 혼자보단 둘 이상, 여럿이 함께 키우세요.
육묘는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일입니다. 고양이와 감정적 교감을 나눌 수는 있지만, 말은 못 하는 영원히 크지 않는 아기 이기에 자주/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솔이 냥냥을 끌어안기 좋아하는 남동생 덕분에(?) 다리 부근에 난 피부병을 찾았고 병원에서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면 냥이가 불편해하는 점을 좀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처럼 솔이 냥냥을 잃어버렸을 때도 아버지와 제가 함께 찾았기에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요.)
또 육묘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당시 중성화 비용으로 38만 원이 청구되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크지 않은 액수일 수 있지만 혼자 한 번에 처리해야 했다면 너무나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다행히 가족 모두 조금씩 나눴기에 비용을 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친구들이 함께 한다면 공감대가 생기면서 친밀도도 올라가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기에도 훨씬 수월해 지기에 여럿이 함께 키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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