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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이 냥냥 Jun 10. 2019

주인님!
집사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Sol'ee 娘娘(솔이 냥냥)을 모시는 집사의 이런저런  생각들.



고양이 "솔이 냥냥", 어느 날 문득 우리 집으로 오다.


 따뜻하던 어느 날 갑자기 "솔이 냥냥"이 우리 집 문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남동생이 이동장을 든 손으로 툭툭 밀고 들어온 거였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3년 전 남동생이 여자 친구와 헤어지며 충동적으로 암컷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거죠. (여러분은 절대 이렇게 입양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 책임감 없는 행동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동생 녀석 멱살을 잡았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과거에도 강아지, 고양이를 임시로 데려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입양하겠다고 데려온 건 처음이었기에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포함한 부모님은 새로운 "가족"으로 고양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이 우려했던 것보다 꼼꼼하게 접종이며 사료/화장실 등을 챙겼고, 손 씻지 않고는 못 만지게 할 정도로 예뻐했기에 잠깐이겠거니 하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잠깐이 4년 차로 접어들어 지금은 저희 집 "상전"으로서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솔이 냥냥"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뽀시래기 시절의 "솔이 냥냥". 꼭 사람 옆에 다리든 얼굴이든 가져다 대는 게, 자기 좀 봐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솔이 냥냥은 그루밍을 하든, 잠을 자든 항상 사람 몸에 발이나 머리를 가져다 대며 애교를 부리는 뽀시래기였습니다. 이런 모습에 저 또한 푹 빠져 들었고, 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솔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남동생이 지은 것이므로)"냥냥"이라는 애칭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냥냥(娘娘)"은 중국어로 "마마"라는 뜻이고, "황후"나 "귀비" 뒤에 붙여서 쓰는 명사입니다. 

중국어 사전 발췌

 이 단어는 가족 모두가 잠들었던 겨울밤, 솔이 냥냥과 이불을 끌어안고 보던 중국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시녀 역할의 배우가 낭랑한 목소리로 주인공에게 "귀비 냥냥"이라라고 부르는 순간, 고양이상을 한 주인공의 도도한 얼굴과 솔이의 얼굴이 겹치며 "이거다!!" 외쳤고, 저는 솔이를 "솔이 냥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좌_옹정 황제의 여인(후궁 견환전)   /    우_저희 집 "솔이 냥냥"


이런 느낌은 저만 느끼는 게 아녔는지, "냥냥"이라는 애칭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 옷은 저도 사서 입혀보고 싶습니다!!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도윤 냥냥 인스타그램


솔이 냥냥, 집사는 잘하고 있는 걸까요?


 "솔이 냥냥"과 저는 마구마구 뛰어다니던 아깽이 시절을 지나 같이 똥똥해지며 느긋한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연을 계기로 힘들 때마다 위로도 받고, 일에 대한 영감도 함께 받고 있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했지만 가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릴 때면, 내가 받은 위로받는 만큼 우리 냥이도 행복해하고 있는 걸까? 싶어 같이 온 길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렇게 둘이 찍어온 작은 발자국들을 돌아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같이했고 버라이어티 한 경험들을 해 왔던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아이를 낳아 그 아이와 함께 한 추억들을 쌓아가는 것처럼요.

 작고 소소했던 기억들이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힘들 때마다 엎어지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고 저 스스로가 될 수 있게 한 기억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여정은 지금도 진행형 이기에, 좀 더 정제된 형식으로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듣고 계속해서 배워 나가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뵈어요!


다음 글_"솔이 냥냥의 탈출", 그 식겁했던 경험.
함께 하기 위해 중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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