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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Oct 21. 2024

불안부부의 불안 버튼

돌고돌아도 결국 원점인 것 같은 인생이다. 신체적 나이는 분명하게 나이듦을 과시하는데 정신적 나이는 그 경계선이 무너진지 오래다.


생애주기마다 처리해야 할 것들을 미루고 미룬 탓일까?마흔 중반을 살아내다 불현듯 10대 시절 불안의 한때를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기침은 여전하고 과장된 몸짓과 기침소리에 소스라치게 반응한다. 그러다 그 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졸업도 하기전에 부모님 방과 대문 위치가 달랐던 처음으로 얻은 내 방은 내 것이었지만 어느새 막내이모의 것이 되기도 했다. 워낙 몸이 약한 막내이모였기에 기침을 달고 살았는데 불현듯 오늘 그 기침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여전히 어리고 보호받아야 할 나는 막내이모의 무자비한 기침 소리에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얻게 되었고 기침은 나에게 곧 불안의 신호였던 것이다.


그런 기침소리를 남편이 한달이 다되도록 하고 있으니 자동반사적으로 소스라치게 되며 그 시절의 나를 불러내어 그때해결되지 못한 혹은 보호 받지 못한 어린 불안이 소환된다.


보호받지 못했고 여전히 불안의 신호탄이 떨어지면 보호자없는 아이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스스로를 지켜내기에 아직은 보호받지 못한 순간의 합이 더 많은듯 하다.


차라리 내가 지켜야 하고 보호해야할 내 아이들과는 안전지대처럼 여겨지는데 남편이 함께 거하게 되는 순간 나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 어린 내가 되어 버린다.


앞서다가도 제자리로 만들어 버리는 인생 스톱 스위치 같은 남편이다. 자동적으로 나의 불안 스위치를 당겨버리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인가? 나의 문제인가?


잘잘못의 문제가 아닌 해결 되지 못한 그동안 참고 참았던 불안의 싹은 그렇게 자기 몫의 성장을 이룬 것인가.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하는 것이 사람의 문제인가 마음의 문제인가.


현실적 문제는 둘째치고 심리적 방어막이 뚫린것 같다. 그동안 지키고 지켜낸 수문이 열려버릴듯한 공포감이 나를 옥죄온다.


나는 과연 잘 견뎌낼 것인가, 귀를 틀어막는 것으로 내 공포는 감춰질 것인가.



남편은 한달째 병원을 3군데나 다니며 약을 먹고 있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고 있어요. 물론 우리집 가족이 다 기침을 하기도 하구요. 시간이 갈수록 기침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과민한 성격인 남편은 이미 중병에 걸린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저에게 불안을 또 심어주기에 남편에 대한 걱정보다는 제 마음 지켜내는 게 더 어렵고 힘듭니다. 월요일에 또 다른 병원을 예약해논 상태이고  별탈없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병원 진료후 다시 글 작성합니다.




40대 중반 남편 역시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가보다. 폐기능이 떨어져 있고 없던 알러지가 생기면서 마른 기침을 한 것이다. 알러지는 아이들도 있는 집먼지 진드기 알러지다. 고로 청소에 열을 올려야 하는 구실이 또 생긴 것이다.


남편 역시 불확실성에 휘둘릴땐 불안의 끝을 보더니(병원 가기전 이미 자신은 불치의 병인양 떠들어댔다.)검사 후 진료를 보고 나니 차라리 불안이 가신 느낌을 받았다.


남편도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도가 높다는 걸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다만 그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는 우리 둘다 극명하다. 나는 속으로 삭히며 대안을 마련하지만 남편은 불명확성에 의한 불안을 나에게 전부 전가시켜 버린다.


그러니 내 불안도 무거운데 남편 불안까지 떠안게 되니 남편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 심적으로 동요가 커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번 남편의 기침 문제는 정말 공황을 느끼게 할만큼 심적인 부담감이 엄청났다. 나 스스로 이건 위험하다 느꼈을 정도이니 말이다. 내 문제인가 남편의 문제인가에 대한 답은 둘다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조금이라도 나은 내 입장에서 남편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체를 보게 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번 병원 예약도 내가 직접 알아보고 예약은 남편에게 하라고 했다. 호흡기 전문 내과인데다 실력자인 의사선생님 덕에 남편은 매우 만족스런 진료 후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물론 직전에 내가 추천한 이비인후과에 대해서는 의사가 불친절하다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말이다. 나는 친절도 보다는 내 병이 호전되는 곳을 선호한다. 그 이비인후과는 나랑 약이 잘 맞아서 남편에게 추천했던 곳이다.


결과적으로 결국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것이고 나란 존재가 남편에게는 빈 구석을 채워주는 역할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얼마전 남편의 빈 구석을 타박만 했던 나의 대단한 태도 변화이자 의식의 전환이다. 그 빈 구석을 탓할 것이 아닌 채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내가 채워주며 사는 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임을 말이다.

 

부부라는 것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어서 더 큰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면 가장 최상이겠지만 어쩌면 서로 부족한 걸 메꾸기 위해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이 애초에 신이 부부를 맺어준 목적일거다.


이렇게 기침 에피소드는 막을 내린다. 물론 지속적인 관리와 진료가 필요하긴 하지만 적어도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는 나온거니 그도 나도 오늘밤은 편히 잘 수 있을거 같다.


징글했던 기침의 기억이 한때의 추억으로 새겨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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