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면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먹어주는 사람의 반응일 것이다. 이쁘고 맛있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세대이다 보니 내 식성에 맞춰 만들어내는 것을 즐긴다. 내 입도 즐겁지만 다른 이의 입을 즐겁게 하는 것도 내 취미생활 중 하나라면 하나다.
요즘은 요리가 거의 취미급이다. 일을 하기 전에는 요리가 일상 있었지만 이젠 사다 놓은 야채거리는 썩어서 버리기 일쑤고 요리가 일상인 시절 냉장고에 상시 구비되었던 품목은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그만큼 요리를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주말 아침 늘어지게 쉬고 싶은데 불현듯 샌드위치를 만들어야겠다 싶다. 오후에 교회 찬양 연습을 하러 가기로 되어 있는데 점심시간 지날 때라 다들 배가 출출할까 싶어서다. 마침 유년부 행사가 있어 막내들은 이미 유년부 선생님들과 외부로 나간 상태라 선생님들 간식 선물도 할겸 후다닥 차리고 마트로 나선다.
워낙 손이 빠른 편이고 일머리가 있어서 2시간 동안 샌드위치 12개를 싸고 포장 용기에 넣은 후 호기롭게 교회로 간다. 양손 무겁게 들고 가는 나를 보더니 한 집사님이 "쟤, 뭐 만들어 왔다."라며 반갑게 맞이한다. 먹는 일도 즐겁지만 먹을 것을 들고 오는 이를 보면서 반기지 않을 이도 없는 거 같다. 그 반가움에 나는 그리도 만들어서 선물을 하는 걸까 싶다.
이왕이면 이쁘게 먹어야 나를 대접하는 기분이 들기에 먹는 것 외 플레이팅에도 공을 들인다. 물론 요즘엔 생활형으로 바뀌어서 플레이팅이 덜하긴 하지만 나를 대접하는 일에 익숙한 나는 남에게 대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반색해 주는 거 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분히 할 도리를 마친 듯 막을 내린다. 더도 덜도 없다는 말이다.
한때 교회 교역자분께서 매번 교육 때마다 간식 선물을 하는 나에게 "매주 그렇게 섬기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하셨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해요."라는 대답이 충분한 대답이 됐을까 싶은데 나는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동할 때만 한다. 마음이 시키는 일이니 누구를 탓하거나 누구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식을 만들고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을 하는 건 곧 마음이 동해서 그 마음을 전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반갑게 받아주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잘했다 싶은 것, 그뿐이다.
아이셋 중 유일하게 샌드위치를 먹는 중2 큰아이 역시 엄마 샌드위치 너무 오랜만에 먹는다며 다시 또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아이에게 오랜만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오랜만에 만들긴 했나 보다. 괜스레 아이 이야기에 또 마음이 동해서 아이를 위한 특별 샌드위치도 만들어 본다.
큰 틀에서 이쁘고 맛있는 음식의 첫 시작은 셋째를 낳은 후다. 아이셋을 치열하게 키우며 아이들 잠든 밤에 이쁘고 맛있는 것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들 자는 틈에 카이크를 사러 나갔고 집에 돌아와 조용히 촛불을 켜고 그 이쁜 케이크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치열한 하루의 육아에 대한 보상이 필요했다. 케이크가 먹고 싶은 게 아닌 찌든 육아의 현실 속에서 이쁜 것을 누리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되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뒤로 직접 브런치를 만들어서 먹기 시작했고 그 사진을 보며 스스로 흡족해하고 베이킹을 취미 삼아하게 되면서부터는 그 이쁘고 맛있는 걸 주변에 나눠주는 일에 큰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시절 이쁘고 맛있는 걸 통해 위로가 필요했던 내 마음이 위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의 마음에 그렇게 스미고 싶었던 거 같다.
돈 드는 고급취미라 말할 정도로 내 돈 들여서 선물하는 일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내 마음은 이미 큰 위로를 받아서 배불러졌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마음도 부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나만 먹고 행복하면 안 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