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은 거의 다 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 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도 드센 성격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말씨가 풀 죽은 듯 순해진 건
세상이 '시발'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순간부터인 듯하다.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부모는 왜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가질까?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무가 됨으로써 한 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저는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마음도 빨리빨리 키워놓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나이는 몸으로만 먹는 게 아니니까'
철이 든다는 건 철을 겪었다는 말과도 같으니까
계절에 제법 물들어봤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는 처음부터 내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손을 타야 했던 걸까
내가 잠든 새 부모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 놀라워
어머니는 자기가 되고 싶은 자기,
여름을 간섭하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