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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수니 Jan 23. 2021

예의 없는 해고가 위법은 아니지.

취직도 해고도 최소한 평일에 연락 오는 거 아닌가요? 

아직도 이맘때쯤의 작년 기억이 난다. 겨울이 조금씩 걷히고 있던 2월부터 코로나라는 것이 퍼지더니 3월에는 사무실과 집기를 정리하고 4월부로 휴직자가 되었다. 여행사 직원인 나에게는 1년이란 시간이 통으로 사라졌고 기다림에 대한 끝은 희망퇴직이다.


지난 주말이었다. 토요일 나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부모님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일요일엔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보았다. 지난주만 해도 희망퇴직이 실시될 것이라는 썰이었는데 이번 주는 통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 주말에. 놀라운 건 통보 방식이 모두 달랐다. 누구는 전화로 받고 누구는 카톡으로 받고 누구는 단톡 방에 들어와서 팀 모두 대상이라고 했다고 하고. 나는 그나마 며칠 뒤 메일로 통보를 받았다. 좀 늦었지만 비교적 점잖이 통보를 받은 편이다.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우리 부서의 경우에는 대상자를 밝히지 않고 휴직자 전체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았다. 최대한 많이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와서 기준의 적합성 여부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로 다투어 바뀌는 건 없다. 그렇게 해서 남고 싶지도 않고. 다만 직원들에 대한 위로가 전혀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3~4군데 이상의 국가 기관에 상담을 받아 본 결과 희망퇴직, 권고사직에 대해서는 어떠한 가이드도 없다고 한다. 가이드가 없기에 현재의 과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헐렁한 사회제도가 정당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오로지 국가 기관에서는 법을 어겼는지 아닌지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위로를 전하는 회사의 희망퇴직 절차

1. 주말에 불특정 하게 카톡이나 전화 혹은 문자로 권고사직을 통보

2. 회사의 직인과 담당자의 사인이 없는 사직서 공유 (퇴사 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음)

3. 사직서 수리 날짜를 모두 다르게 통보하였고 심지어 다음날인 사람도 있었음

4. 회사에서 공식적인 공지를 하지 않음

5.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이 문의를 했으나 어떠한 공지 및 대응이 없음

6. 퇴사일은 3월 31일인데 보상에 대한 기준일은 1월 1일임 

   ( 2월이나 3월 승진자들은 승진 수당 못 받게 됨)

7. 포상금 지급이 합법임에도 직원들에게 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안내


백수도 자고로 평일에 되는 거 아닌가?

최소한 공지를 해서 공식화하고 직원들에게 일괄된 내용으로 전달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직원들이 허탈감을 느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업은 현재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과정에 대해서는 보려 하지 않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위로 없는) 위로금을 주는 게 어디냐부터 해고가 어쩔 수 없다는 걸로만 포커싱이 되는데 실제로 직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 상식적인 절차이다. 사측에게 유리한 문서를 배포할 준비의 시간은 있었으면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달 방식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 씁쓸하다. 살다 살다 주말에 희망퇴직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태도이다.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일관된 관점을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운영하는 기업이란 존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게 가장 일 순위 고객은 바로 내부 직원이다. 내부 직원을 잘 대해야 함을 아는 회사는 고객들에게도 같은 마인드이다. 이번 일로 이미 회사는 미래 고객을 잃었다. 지금의 이 인원이 새발의 발톱 같을지 엄청난 숫자가 될지는 앞으로 얼마큼 성장해 나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돌봐주지 않는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진심으로 챙길 리 없다는 건 어려운 추론이 아니다. 하물며 고객의 감성을 터치해 주어야 하는 여행업에서 말이다.




이쯤에서 헤어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래 연애한 연인하고 지난 일 따지고 사준 물건 내놓으라고 하면서 치졸하게 끝장 다 보고 헤어졌을 때 옳은 선택이었다 여겨지는 확신과 비슷하달까. (물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아니다) 앞으로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유연 해지는 노동시장에서 권고사직은 전보다는 많아질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권고사직이란 것을 회사의 재량으로만 맡겨두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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