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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eon Nov 22. 2021

User Research와 불완전한 가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MECE(Mutually Excu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한 접근이 매우 중요했다. '상호 배타적이지만 모이면 전체가 되는 각 요소' 별로 문제를 deep dive 해보며 명확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가는 방식, 즉 Logical Thinking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사용자 리서치는 사용자를 모르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설을 어떻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일까?


사용자 리서치 = 가설이 없어야 하는 리서치

Design Thinking 기반으로 사용자 문제를 해결 했을 때는 '가설없이' 문제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Daylight Design(https://www.daylightdesign.com/)에서는 '안갯속을 걷는다(foggy)' 표현을 종종 했다. '사람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 것은 명확했지만 원인이나 해결 방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음 가짐으로 매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불안했지만, 팀과 함께 결국은 답을 찾아냈던 경험을 신뢰했다. 나중에는  막막한 불안함이 없으면 오히려 '내가 사용자에게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용자의 필요, 욕구, 불만은 MECE하게 프레이밍 할 수 없다.

가설 없는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용자 리서치 목적 자체가 '사용자에게 온전히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문제처럼 보이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사용자의 행위, 정서, 관계, 문화, 정황 등 다각적 각도에서 찾아내어 사용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용자 리서치다.

그런데 사용자의 필요, 욕구, 불만은 속성 자체가 MECE하게 framing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다.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를 깊게 만나 관찰하고 인터뷰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빠른 실행을 위해 '불완전한 가설'을 생각 해보는 것은 필요하다.

시간과 예산이 충분하고 경험이 많은 팀원 2-3명이 투입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Daylight에서 했던 것처럼 가설이 아예 없는 접근을 하는 것이 진짜 문제를 발견하는데 유용하다. 사용자의 정황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보고 들은 것 중 어떤 것이 인사이트인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니어 동료가 여럿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같이 적은 인력이 빠르게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경우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고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불완전한 가설'을 세우며 유저 리서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불완전한 가설 = 버려질 수 있고, 바뀔 수 있는 것

사용자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경우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사용자 인터뷰나 관찰을 진행하면서 버려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는 '불완전한 가설'이어야 한다. 내가 세운 가설이 맞다 틀리다를 검증하는 문제 해결 방식(Logical thinking)이 아닌, 내가 세운 가설로 인터뷰와 관찰을 시작은 하지만, 사용자의 대답과 반응에 따라 새로운 가설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세운 가설을 깨기도 하겠다는 유연한 접근이어야 한다. 다음 인터뷰 세션 때 바뀐 가설을 가지고 인터뷰와 관찰을 진행하면 된다. 가설이 또 바뀌면 또 바뀐 가설로 다음 세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용자 리서치는 가설 발견과 검증이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과정

사용자의 깊은 이야기 안에는 문제 원인이 있기도 하고 문제 해결책이 있기도 하고, 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가 있기도 하다. 즉, 사용자 리서치는 문제 가설 발견과 검증이 동시에 일어나는 '발산적이고 수렴적인 과정'이다. 첫 1-3명 인터뷰 때는 뭐가 문제이고 뭐가 원인인지 알 수 없고 머리에 안개가 더 짙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용자를 만날수록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패턴이 생기고 내가 집중해야 하는 insight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용자 리서치는 안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리서치를 시작한 초기부터 머리가 명확하고 답을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든다면 사용자와  공감하고 있는지 오히려 의심을   해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Daylight Design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입니다. 서울, 샌프란시스코, 뮌헨에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https://www.daylight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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