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출석 인정 결석을 위한 서류로 나의 외할아버지 사망 진단서와 엄마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다. 외할아버지, 엄마, 나, 아들의 관계성을 증명하는 서류였다.
조문객이 없는 아침 시간, 아빠와 엄마, 나는 주민센터로 향했다.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걸었다. 도착하여 엄마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는데 아빠가 '사망자 제외'를 신청하셨다. 받아본 종이엔 오빠가 없다. 흔적도 없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예전에, 혼인신고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호적 등본을 뗐었더랬다. 친정의 호적에서 내 이름에 가운데줄이 그어졌고 옆에 '제적'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때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결혼했어도 엄연히 딸인데, 제적이라니. 말도 안 됐다.
아빠는 이렇게 떼지 않으면 오빠 이름과 '(사망)'이라는 글자가 같이 나온단다. 아빠에겐 사망이 적시된 것보다 오빠의 흔적이 없는 가족관계증명서가 더 낫나 보다.
사망했으나 나의 오빠고 존재했던 사람이다. '사망'이라는 글자를 보는 것도 자신 없지만 흔적도 없는 서류도 힘들다.
손주 항렬이 어쩌다 나밖에 없는 시간, 가족들은 할아버지 입관에 들어갔고 나는 홀로 빈소를 지키며 눈물을 쏟았다.
할아버지의 영면에 의한 눈물인지 오빠의 부재로 인한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