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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미 Dec 02. 2019

없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

배도 마음도 든든히 채워주는, 30년 된 작은 손 만둣집.

떡만둣국, 5500원.

고등학생 때부터 다니던 삼십 년 된 만두집,

매일 한결같이 나름의 리듬에 맞춰 손만두를 빚으시는 주인 할아버지,

여기껀 설탕물에 절이나 싶은 달달하고 아삭한 단무지를 미소와 함께 말없이 놓아주시는 할머니,

뜨끈하고 하얀 국물에 만두 다섯 개와 떡들이 그득 담겨있고, 다져서 볶은 고기 고명과 김가루가 올려진 데 더해 솔솔 풍기는 참기름 냄새,

한쪽 구석의 뚱뚱하고 작은 오래된 텔레비전 소리,

그 순간만큼은 세상 다 가진 듯 한 행복감을 느끼며 후루룩 만둣국을 떠먹는 나,

여기가 과천 최고의 만둣집이니 영광인 줄 알라며 앞에 앉은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으시대는 옆 테이블의 넥타이 맨 생판 모르는 아저씨에게 괜히 동료애 같은 게 느껴지는 기분,

든든히 배를 채운 후 ‘계산해주세요~’하면 ‘오십오만 원~’ 하시며 백배로 뛴 가격에 놀라는 척,

‘아이고, 오십만 원이 모자란데 어떡하죠?’ 하는 능글맞은 대답,

카드를 내면 괜히 정이 없는 것 같아 오만 원짜리 지폐를 건넨 내게 ‘자아, 큰 거 너 이장, 작은 거 너 이장, 그리고 다이아몬드 하나!’ 하시며 사만 사천 오백 원을 건네주시는 능청스러운 즐거움,


‘잘 먹었습니다~’ 소리가

너무 기분 좋게 나오는 그곳.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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