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접속>
원래도 좋아하던 곡이 마침 친구와 카페에 있을 때 나왔다. 항상 가사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기만으로 구성된 음악, 얇으면서도 가볍지는 않은 목소리가 '당신'을 향한다.
같은 곳에서 같은 속도로 심장이 뛴다면
당신의 꿈속으로 접속할 수도 있겠죠
작고 여린 당신 등에 나의 심장을 포개고
당신의 꿈속으로 신호를 맞춰 봤어요
뮤직비디오에는 단 한 명의 여성만이 나온다. 그는 캠코더를 들고 있다. 안에 무엇이 찍혀 있는지 살펴보지 않고 그저 밤거리를 찍는 데 열중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그 여성의 캠코더일 것이다. 그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혹은 그 생각에 지배당하고 있다. 기다리던 지하철도 그저 떠나 보낼 만큼.
아니,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건 맞을까? 지하철 승강장은 그가 어쩌다 도착한 곳 같다. 그저 걸음이 가는 대로 걷다가 도달한 곳. 그런 곳들이 있다. 너무 힘들거나 슬플 때, 도무지 방에 혼자 있는 걸 견딜 수는 없지만 그 누구도 만날 수 없을 때, 발이 가는 대로 따라가면 도착하는 곳들이 있다.
작고 여린 당신은 지금 여기에 없지만, 함께 왔던 이곳에서, 당신과 인사하던 이곳에서 당신을 생각한다면, 당신의 꿈속으로 접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승강장은 그런 곳일까.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너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빠르게 지나갈 거야
알고 있다. 당신은 이제 여기 없고, 나는 다신 당신의 등을 내 품에 안을 수 없다는 걸. 너에게 상처를 줘 놓고서, 너를 떠나 보내 놓고서, 이렇게 또 너를 보고 싶은 이 못난 마음을 용서받고 싶다. 너가 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대단히 찬란해진 것도 아니었지만, 너와 함께일 때 내 인생은 조금 더 빠르게 갔다. 항상 원한 것처럼.
울고 웃고 떠드는 따뜻한 밤이 지나면
당신은 야단맞는 곳으로 돌아가겠죠
아침은 두려워요 텅 빈 공기 속의 누에고치
당신의 꿈속으로 신호를 맞춰 봤어요
뮤직비디오는 내내 밤이나 해가 지는 저녁을 보여준다. 집 안에 있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 왜 주인공은 집 안에 있지 않을까. 그가 집에서 견딜 수 없는 건, 떠나 보낸 이의 흔적이 집에 너무도 많이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밖에 나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그가 다니는 길은 떠나 보낸 이와 함께 걷던 길일 테다. 그래서 캠코더로 거리를 찍는 대신 가로등을 찍는다. 자동차 불빛을 찍는다. 또렷하게 찍지도 않고, 빛이 지저분하게 반사되도록 찍는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찍고 있는지 나조차도 모르도록.
친구를 떠나 보낸 날이었나, 49재날이었나. 나는 핸드폰을 카메라 삼아 이곳저곳, 사람이 없는 곳을 찍고 다녔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무언가를 보존하는 것뿐이었다. 곧 사라질 것들을 그저 사라지게 둘 수 없었다. 또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내 못난 마음 꿈에서는 다 용서해 주세요
너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빠르게 지나갈 거야
나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너를 보면서 너와 함께하는 끝을 생각한다. 잊고 싶은 것조차 몇 없는 이 작은 삶의 나머지를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내 인생도 빠르게 지나가겠지. 그걸로 족하다. 여전히 우리의 심장이 같은 속도로 뛴다면, 그래서 텅 빈 승강장에 있는 내가 너의 꿈에 접속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만큼은 이런 나의 못난 마음을 용서해 줄래? 너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빠르게 지나갈 것 같아.
너와 함께라면 내 인생도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