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사라져 가는 기분이 든다. 뭘까? 그건 내 안에 있는 걸까 아니면 날 감싸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보다 멀리서 나를 지탱하고 있는 걸까?
뭔가 사라져 가는 기분이 든다는 건, 그럼에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건 뭘까. 나는 무엇인지 모를 것을 신경 쓰고, 존재한 적 없었던 것을 그리워하고, 알 수 없는 것을 알고 싶은 걸까?
세상이 나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의 세상은 나의 몸에 종속되어 있으니 내가 나의 세상으로부터 빠져나가 사라질 수는 없다. 세상이 나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몸이 바뀌고 있다는 뜻일까? 요즘 계속 과식을 한 것도 그것과 관련되는 걸까? 무언가를 뱃속에 욱여넣으면 세상이 나로부터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의 바깥에서 나를 지탱하는 것들은 나에게 종속된 나의 세상 안에 있다. 나는 세상에 속하고 세상은 나에게 속한다. 이행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몸도 세계도 모호하다. 주어진 경계 같은 건 없다.
뭔가 사라져 가는 기분이라는 건, 내가 사라져 가는 기분은 아니다. 뭔가 사라져 가서 그것을 느끼는 나는 더욱 거세게 느껴진다. 그러니 공허함은 자의식 과잉이다. 나에게 내가 너무 커서 나에게서 세상이 사라져 가는 걸까.
뭔가 사라져 가는 기분이 든다. 사라져 가는 게 무엇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나에게 뚜렷이 실재하는 건 기분과 그것을 느끼는 나의 몸과 나의 몸을 떠받치는 주변의 물질들뿐이다. 그보다 멀리 있는 것들을 나는 모른다. 공허란 멀리 있는 것과 관련되는 걸까. 나의 가까이에 무언가를 채울수록 나는 더 공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