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추천사, 책 소개
링크를 모아서 올리려면 블로그가 제일 편해 보여서 브런치에 글을 올립니다. 매체에 업로드된 것들을 위주로 올리되, 블로거 분들이 써 주신 것 중에서도 몇 개를 골라서 링크를 걸어 보려 해요.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며, 링크트리 링크를 사용하여 다른 링크들과 한데 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글들만 링크를 가져오고 있지만, 지워 달라는 연락을 받을 경우 바로 반영하려 합니다. 댓글이나 이메일로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8월 초에 출간되어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브런치에도 이렇게 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올립니다. 조금 늦은 덕에 그 동안 올라온 리뷰들을 함께 올릴 수 있었습니다. <출근하는 독자들>이라는 팟캐스트에서도 제 책을 소개해 주셨고, SBS 라디오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에는 직접 출연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망설이는 사랑> 많이 읽어 주세요! 구매는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등 많은 곳에서 가능합니다. 브런치 책방에도 등록해 두었습니다.
"팬들의 심리와 활동에 잠재된 정치를 가능한 것으로 끌어올리려는 한 아름다운 시도"
- [윤아랑 칼럼] 사랑은 전쟁 아니 정치 - 『망설이는 사랑』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악인의 서사> 등을 쓴 윤아랑 평론가 님의 글입니다. 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유와 그 배경,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공론장을 상상하는 과정을 꼼꼼히 짚어주셨습니다. 트위터에 본인의 글을 올리시며 "여러분이 『망설이는 사랑』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생긴다면 저는 행복할 겁니다"라고 적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산업의 특수성’이라는 말로 이 모든 것을 뭉개고 넘어가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딜레마가 오로지 팬들의 몫으로 남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케이팝 비즈니스는 팬들이 갖게 되는 이 불쾌함과 찝찝함까지 인지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 괴상한 구조를 유효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의 마음,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 약간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다큐멘터리 <성덕>의 오세연 감독 님의 글입니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와 장원영 씨에 대한 자신의 팬심, 그리고 <망설이는 사랑>의 '논란' 개념을 엮어서 글을 써주셨습니다.
"아이돌 산업은 ‘사랑을 주면 행복으로 보답한다’는 원리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완전한 상품이 될 수 없기에 ‘도덕적 문제가 있는 이에게 사랑을 줘도 괜찮은지’ ‘대중은 행복이란 대가를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등 난감한 질문이 이어진다. 이 난감함을 전부 A의 책임으로 몰아 A를 제거하는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이 ‘캔슬 컬처’의 핵심이다. 책은 이런 손쉬운 해법을 따를 수 없어 망설이는 마음, ‘아티스트를 상품이 아니라 고유한 인간으로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음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외에 번역된다면, 집단적 도덕주의가 유난히 강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어쩔 수 없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해외에 번역되었으면 하는 올해의 한국 책 10'을 뽑았는데 <망설이는 사랑>이 첫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한겨레 최원형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망설이는 사랑>은 평화롭게 덕질을 하던 일상이 갑작스럽게 엉망진창의 폐허가 된 순간,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 헤맸던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논란 자체를 폭력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구조적인 성찰도 담겨 있지만, 그 구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마음 탐구서’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 [책과 삶] 아이돌의 ‘논란’ 앞에서···쉽지 않네, 옹호도 탈덕도
경향신문 김한솔 기자 님의 글입니다. 2023년 8월 첫째 주 북 섹션의 톱 기사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망설임’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망설인다는 것은 논란으로 이익을 보는 네트워크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자, 논란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논쟁을 촉발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 아이돌이 일탈하면 바로 ‘손절’ ?… 팬들은 애정에 책임진다[북리뷰]
문화일보 박세희 기자 님의 글입니다. 긴 지면을 할애해서 책을 다뤄 주셨습니다.
“아이돌은 단지 ‘윤리적이지 않으면 퇴출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윤리적 고민을 촉발하는 존재가 된다. 지은이는 이 ‘망설임’을 우리가 놓인 공론장 전체를 톺아보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아보자고 제안한다.”
- 내 ‘최애’ 논란 휩싸이면, ‘탈덕’해야 할까요? [책&생각]
한겨레 최원형 기자 님의 글입니다. 긴 지면을 할애해서 책을 다뤄 주셨습니다. 더불어, 출판계와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 시도를 <망설이는 사랑>과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적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아이돌을 둘러싼 공론장을 분석한 책 ‘망설이는 사랑’을 읽으며, 성마른 정의 관념이나 약아빠진 이해관계의 소용돌이에 붙들리지 않으려 ‘망설이는’ 태도가 가능하다면 그 중심엔 사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출판계의 오랜 열망이 담긴 도서전도, 언론인들이 강조해온 가치를 새긴 공영방송도,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무언가에 대한 사랑을 동력 삼아 여태까지 존재해왔던 것이겠죠. 모든 걸 아예 무너뜨리겠다는 저 권력 공장에도 과연 무언가에 대한 사랑이란 게 존재할까요?"
“저자는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의 황량한 풍경을 비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그들은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이어간다.”
- [신간] 창작물 속에 나타난 빌런들…'악인의 서사'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님이 <악인의 서사>와 <망설이는 사랑>을 함께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이버렉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는 논란 속에서 때로는 죄책감마저 껴안는 팬들에게 팬심과 덕질의 정치적 가능성을 엿본다.”
한국일보에서 <망설이는 사랑>과 함께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다운 걸: 여성혐오의 논리>,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책은 아이돌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논란으로 조직적으로 생산되는지를 낱낱이 까발린다.”
메트로신문 김현정 기자 님이 <망설이는 사랑>과 함께 <설명하기 지친 사람을 위한 데이터>, <전쟁과 죄책>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케이팝은 늘 논란이 뒤따랐다. 그룹 해체부터 멤버 퇴출, 소속 가수에 관한 무성한 소문들까지. 사이버 레커와 소설미디어 플랫폼이 결합한 논란의 네트워크 아래에서 팬들은 온갖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비합리적이라는 편견 너머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망설이고 주춤하는’ 아이돌 팬 10명과 한 인터뷰를 풀어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하나의 답이다.”
시사인 편집국에서 <망설이는 사랑>과 함께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집으로 가는 먼 길>, <이름보다 오래된>, <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더 유명해져야 한다. 재밌는데 유익하고 인문학 책인데 다소 시 같다. 인문학이 시 같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아주 재밌는 일이다. [...] 케이팝 아이돌 논란을 다룬 책이라는 말에 궁금해졌다. 너무 사적이거나 너무 공적인 내용만을 다루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다르게 이 책은 아주 적절하게 그 사이를 넘나들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떤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그게 아니라도 자신이 한 번이라도 유튜브에서 사이버 렉카 영상을 봤다면, 그 영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면 이 책은 분명 흥미로울만한 책이다."
- 『망설이는 사랑』 "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
'양운'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마음으로 책을 읽어 주시고, 저에게 과분한 문장들을 써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냥 아이돌 팬덤을 분석하는 책이었다면 읽지 않았을 거고, 읽었더라도 추천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잘 알고 있을 사람에게 “아이돌 산업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하는 저의 깨달음을 공유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죠. 애초에 제가 이 책에 주목한 것은 저자가 제목으로 내세운 “망설이는 사랑”이란 테마 때문이었습니다. 저 또한 저렇게 표현될 수 있을 어떠한 테마에 주목하고 있었고, 제가 주목하는 무엇인가를 팬덤이란 사례에서 발견한 책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 기대를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부응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제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던 어떤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그리고 볼 수 있음에도 보지 못 하고 있던 제가 얼마나 편협하고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개선비' 님의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아이돌 덕질을 하지 않는 인문학도인 독자 님이 자신이 바깥에서, 혹은 어떤 추상적인 개념에서 찾고자 했던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씀하시며 <망설이는 사랑>을 추천해주시는 글입니다.
"이 책은 내가 원한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려고 나온 책도 아니라는 걸 안다. 이제는 '아스트로 차은우' 보다 '배우 차은우' 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진 은우를 사랑했던 내 과거를 더듬어보며 망설였던 과거의 나에게 '그만하면 됐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난 빙글빙글 돌아가는 아이돌 산업 속에서 충분히 내 몫을 다했다. 그거면 됐다."
'참스'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길고 상세히 솔직한 감상을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의 마지막 말대로 '망설이기를 망설이지 말자.'고 마음 먹는다. 무엇도 내 생각을 함부로 바꿀 순 없다고. 무엇을 보더라도 찬찬히 제대로 들여다 보겠다고. 그 마음을 알려준 작가와 팬들에게 감사하다. 케이팝 팬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간절히 좋아해본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 망설이는 사랑
'솔빛시인' 님이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알라딘에 올려 주신 리뷰입니다. 이전 책부터 꾸준히 저의 책을 읽어 주셔서도 감사하고, 북토크에서도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덕후질이라 말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만, 얼마나 많이 그의 노래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범죄는 '논란성'이 되는 뮤지션의 음악은 스스로 찾아듣지는 못하고 있으나 가끔 카페에서 노래가 나오면 그것 그대로 또 들으며 여전히 엄청난 노래라고 생각하고, 인용을 하거나 떠올린다. 아이돌이 아니었지, 나에게도 '망설이는' 무언가들이 있는 것이었다."
- 망설이는 사랑
'수수' 님이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에 올려 주신 리뷰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좋아하기'를 고민하며 읽어 주셔서 더욱 반갑고 감사합니다.
"케이팝을 떠나 있다가 돌아온지 3년차, 이전보다는 '진심'인 덕질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고 망설이며 두려워했던 시간을 지나 순간의 찬란함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 조금 더 기대하는 용기와 힘을 남기며"
'마늬'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망설임은 나에게 ’어디론가 주춤거리며 나아감‘이다.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 덕질이 뭐길래 이들은 기꺼이 고통을 견디고, 망설임을 감수할까? #망설이는사랑#안희제
‘벋으’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북토크에도 와주시고, 제 이전 작업들과의 연관성까지 짚어 주셔서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늘 어렵다. 팬은 비이성적인 존재도 아니고 열광적인 소비자도 아니다. 팬의 마음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좋아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한 팬의 마음을 저자는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거기서 기쁨과 사랑과 슬픔을 찾아낸다. 좋아하는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차우진 (콘텐츠 산업 분석가 ·《마음의 비즈니스》저자)
이 책은 ‘논란’에 직면한 아이돌의 팬들이 논란을 발생시키는 네트워크인 온라인 담론장 안에서 겪는 윤리적 분투와 요동치는 정동을 보여준다. 팬은 종종 ‘적정선’을 알고 ‘건실’하다고 여겨지는 대중의 반대편에 선 존재, 비이성적인 열광과 무지성에 휩싸인 존재로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책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팬덤 담론장의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이 실은 매혹과 좌절 사이에 놓인 개인들의 절실한 몸부림이자 흔적이었음을 어느새 이해하게 된다.
- 이지행 (미디어문화 연구자 ·《BTS와 아미 컬처》저자)
이 책은 ‘논란’이라는 비뚤어진 길 위에서 망설이는 주체들의 이야기다. 여러 가지 갈래로 난 길 중에서 본의 아니게 모양새가 잘못된 길에 접어든 이들. 이제 그 길에서 돌아나갈지, 아니면 그 길의 끝에서 해가 저무는 것까지 눈에 담을지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팬으로서 끊임없이 내 선택이 지닌 당위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 오롯이 팬들을 향한 이 책이 최대한의 이성을 끌어모아 당신을 도울 것이다.
- 박희아 (케이팝 아이돌 전문 기자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저자)
헤맴과 망설임의 난기류가 만들어내는 매혹의 공론장
관심경제와 ‘논란의 네트워크’ 틈새에서 피어나는 팬심,
자신만의 방식으로 윤리적 분투를 이어가는 팬들의 이야기를 듣다
‘논란’은 어떻게 유행이 되는가? 온갖 논란을 유행처럼 소비하는 온라인 공론장의 구조를 파고드는 정교한 문화비평서이자 문화기술지. 저자는 논란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케이팝 아이돌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학교폭력, 갑질, 성폭력, 인권 의식부터 역사 인식, 인성 등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논란’으로서 조직적으로 생산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논란은 특정 종류의 관심을 생산하고 그와 결부된 대중 및 공론장을 구성한다.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사랑》은 온라인 공론장의 문제를 다루는 여느 책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하고도 참신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대화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에서 형성되는 거대한 폭력의 네트워크를 꿰뚫기 때문이다. 이때 망설임이란,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벌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팬, 특히 아이돌 팬들은 언제나 비합리적이고 무지하다는 혐오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지만 저자가 만난 팬들은 우리에게 그와 전혀 다른 경로를, 즉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중-팬-사이버렉카-언론-알고리즘-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의 행위자가 결합하는 무분별한 논란과 폭력의 네트워크 내지는 캔슬 컬처에 가담하지 않고 망설이는 팬들을 통해 우리는 ‘가해자 감별’과 ‘무조건적 퇴출’을 넘어서는 논의/사유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이들의 윤리적 실천이 어떻게 좀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문화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지 살펴보자.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들: 팬 그리고 팬심에 대하여
흔히 팬심과 덕질은 어떤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따른 행위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책은 팬심이라는 마음을 바라거나 선택하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 혹은 상황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해석은 팬이라는 정체성을 소비 행위나 팬덤이라는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에 근거해 규정짓지 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덕질이란 팬심이라는 상황에 내던져진 이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당혹스러운 행복을 다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천에 가까우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 자체를 새롭게 조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저자는 팬에 대한 여느 혐오 어린 시선을 답습하며 팬을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소비) 행위자로 낙인찍지 않고자 하며, 따라서 이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영향들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 점에서 논란은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도 윤리적인 측면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최애 멤버’의 논란은 팬들에게 죄책감을 안김으로써 덕질을 윤리적인 고민을 수반하는 행위로 변모시킨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 “특히 폭력적인 언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 논란은 거대한 사건이 되며 덕질의 근간이 되는 팬심 자체를 뒤흔들게 된다.
그렇다면 팬들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까? 다양한 대응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관심을 두는 이들은 판단을 보류하거나 계속해서 수정하고 갱신함으로써 쉬이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팬이다. 신속한 판단을 거쳐 아티스트의 곁을 떠나는 이들과 다르게 그 자리에 남아 헤매고 망설이는 팬들. 논란에 휩싸인 ‘클린’하지 못한 아티스트의 팬을 자임한다는 건 곧 도덕적·윤리적 오염 공유하는 일이다. 논란은 아티스트, 특히 여성 아티스트를 (유죄·무죄 여부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매장시킨다. “이때 관심경제 바깥으로 밀려난 ‘철 지난’ 이들을 계속 좋아하는 일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이 된다. 논란은 유행이지만, 논란에 휩싸인 아티스트의 팬이 되는 것은 유행에 뒤처지는 일이다.”
논란을 생산하는 네트워크: 알고리즘, 처형대, 사이버렉카
논란에 대응하는 팬에 주목하는 것만큼 중요한 작업이 또 있다. 바로 ‘논란’이라는 명칭/범주 자체에 대해 되짚어보는 일이다. 아이돌 산업에서는 갑질, 인성, 역사/인권 의식, 성추행, 학교폭력, 뒷광고, 소아성애 옹호 등 내용상 하나로 묶이기 어려운 사안들이 전부 논란으로 통칭된다. 서로 다른 이런 사건들을 ‘논란’이라는 성긴 범주 안에 포괄할 수 있는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그 해답을 우리는 다름 아닌 논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논란을 증폭시키는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아메(가명)는 연예계,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 발생하는 논란이 “종류를 막론하고 그 논란의 당사자들을 거의 매장하는 방식으로,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당사자들의 인성과 노력을 깎아내리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당사자를 비난하는 프레임 속에서 논란이 된 행동 자체와 사건의 진실은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돌 논란은 어떻게 생산될까? 아이돌 논란은 대개 ‘인성 논란’으로 수렴되는데, 아이돌의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는 인성과 도덕성이야말로 아이돌을 논란에 취약한 존재로 만든다. 2010년께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이선웅에게 제기되기 시작한 학력 위조 혐의와 이 음모론을 중심으로 꾸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타진요’는 여러 측면에서 아이돌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네티즌 수사대’와 ‘신상 털기’로 대표되는 온라인 행동주의, 배신감에 뿌리를 둔 ‘너도 추락시키겠다’는 정서(일종의 정서적 평등주의) 등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각종 논란의 핵심 요소로 보인다. 그러나 《망설이는 사랑》은 타진요 사건 때와 다른 현재의 특수한 요건에 주목한다. 대중을 계산하고 상상하는 알고리즘과 그 알고리즘이 퍼뜨리는 ‘처형대’가 바로 그것이다. 처형대의 문법은 각종 카페나 커뮤니티 같은 특정 구심점 없이도 논란을 삽시간에 확산시킨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이버렉카가 있다. 어떤 채널을 사이버렉카로 규정할 수 있는지, 단순한 ‘이슈 채널’과 사이버렉카 채널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조회수 생산용 혐오 콘텐츠물을 뉴스인 것과 같이 포장한 이슈 콘텐츠를 익명으로 작성 후 사건이 발생하면 채널을 삭제하거나 영상을 내리는 등의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 사이버렉카 채널에 대한 통상의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돌을 표적 삼는 사이버렉카들은 아이돌 아티스트의 사생활 등 무대 뒤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겠다며 유료 회원 전용 콘텐츠를 통해 팬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한다. 호기심과 욕망에서 비롯되는 특정 행위들은 논란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대주며 폭력적인 네트워크와 접속한다.
‘너 같은 아이들이 사랑받으면 안 되지’: 처형대를 작동시키는 ‘도덕주의’와 ‘사랑의 자격론’
더욱더 의미심장한 것은 사이버렉카가 아이돌 산업이 성공하는 지점에서 이익을 취한다는 사실이다. 팬 중에서는 사이버렉카를 구독하지 않는 이가 더 많겠지만, 어떤 이에게 사이버렉카 구독은 덕질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위일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어떤 영상의 조회수와 그 조회수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지를 기준으로 팬과 (팬이 아닌) 대중을 가르기란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관심의 ‘양’이 아닌 ‘질적 측면’이다. 같은 영상을 본다 하더라도 사람들들마다 입장과 감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팬들의 댓글에서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분노와 같은 감정이 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팬이 아닌 이들의 댓글은 옳고 그름, 즉 도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팬과 대중의 차이는 해당 영상/콘텐츠를 보는 이유, 방식,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 있다.
즉 아이돌 사이버렉카는 아이돌 사이버렉카는 가십을 즐기는 대중, 자기 최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불안한 팬들, 유튜브라는 영상 중심 플랫폼, 관심경제가 결합해 작동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전체공개용 콘텐츠와 회원 전용 콘텐츠를 분화해 대중과 팬들의 관심을 모두 얻어내며 관심경제 안에서 수익 경로를 안정적으로 다원화한다. 여기서 (아이돌) 처형대란 특정 아이돌 아티스트를 비난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영상을 말하며, 주로 비난조의 제목과 그에 상응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배치하거나 해당 아이돌의 논란을 요약 및 정리하는 형식을 띤다.
사이버렉카에 의해 세워지는 처형대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얻는다. 그렇다면 처형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형대가 성행하는 데는 대중의 ‘집단적 도덕주의’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결국 처형대는 집단적 도덕주의가 발현될 수 있는 토양인 셈이다. 공적 담론 안에서 자신의 도덕적 자질을 과시함으로써 인정받고자 하는 행동 패턴은 온라인 공론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는 온라인 공론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의 한 가지 사례로도 거론될 수 있다. 그랜드스탠더는 각종 논란 안에서 자신을 ‘대중’이라는 이름의 ‘옳은 편’으로 규정함으로써 타인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며, 그런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논란 속 팬들과 아티스트에게 과도한 비난을 쏟아낸다.
이때 공론장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과 믿음이지, 이성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엇이 이성적인 판단인지보다 ‘도덕적인 것’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관심이다. 여기서 도덕적인 것은 ‘행복할 자격’,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대중에 의해 판단되고 상상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얻는 관심은 다시금 그 감정과 믿음을 강화한다. 관심과 감정 혹은 관심과 믿음이 서로를 강화하며 증폭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도덕 혹은 ‘도덕적인 것’에 대한 특정한 형태의 상상, 이를테면 ‘정의 구현’으로서의 사이버불링을 촉진한다.
특히 아이돌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훌륭한 인성까지 갖추고, 무대 뒤 일상의 모습까지 철저히 상품화해야 하는 여건에 놓여 있다. ‘무대 위’ 모습과 ‘무대 뒤’ 모습의 차이(‘갭’, ‘온도차’)를 통해 인격 혹은 인성까지 하나의 매력 상품으로 구성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돌 아티스트의 논란은 학교폭력이든, 갑질이든, 성폭력이든, 심지어는 실력의 문제마저 모조리 ‘인성 논란’으로 치환된다. 사실 인성과 도덕성은 단순한 고발만으로도 훼손되기 쉬운 가치로, 아티스트는 인성과 관련한 논란이 생길 때 비난받기 쉬운 위치에 놓인다. 더불어 이들은 언제나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등의 감정노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대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수배 문화와 비난의 기술
사랑의 자격론이 아티스트에 대한 여론에서 드러나는 어떤 태도와 연관된다면, 수배의 기술은 그 태도가 온라인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양상을 포착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사랑의 자격론은 ‘수배 문화’와 ‘비난의 기술’이라는 두 실천의 결합을 통해 실현된다. 가출 청소년의 폭력 하위문화에서 비롯된 언어인 수배 문화는 “세상의 지배적인 질서에서 자신을 규정할 만한 공간을 박탈당한 이들”이 폭력으로 힘과 의미, 그리고 인정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자신들이 어떠한 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권위를 경험하고 확인하는 장”이 된다.
수배 문화는 아이돌 논란을 둘러싼 장 안에서 ‘좌표 찍기’의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쯔양이나 한혜연과 같이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캔슬 컬처cancel culture와 자작곡 <제제>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두고 발생한 아이유/이지은 논란의 흐름은 연예인, 특히 젊은 여성 연예인이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괘씸한 양가적 존재가 되어 잉여 문화의 비난 대상이 되는 과정을 선명히 보여준다. 잉여들이 그런 식의 비난을 가하는 이유는 지금의 경쟁 체제에서 자신을 패배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며, 바로 그 점에서 비난은 수배와 유사한 구조를 띤다. 특히 학교폭력 논란에서 수배와 비난은 이들이 자신이 학교폭력 사건의 2차 가해자가 아님을 표명해 스스로가 사회의 도덕을 얼마나 잘 체화하고 있는지 뽐냄으로써 도덕적으로 인정받고자 수행하는 일종의 그랜드스탠딩이기도 하다.
이때 좌표를 찍는 이들은 자신을 당연하게 ‘대중’이라 여기는 이들과 대중의 비난을 피해 ‘정상적인 팬’을 자임하는 팬들이다. 이들은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조금이라도 다른 진실을 찾아보려는 팬들을 찾아내 ‘○○시녀’, ‘무지성 팬’이라는 ‘좌표를 찍는다’. 이를테면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였던 수진/서수진의 학교폭력 논란에서 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팬들이나 그에 대한 폭로가 거짓인 이유를 찾는 팬들은 ‘수진시녀’라는 멸칭, 나아가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해시태그(‘#수진아먹었다’)는 그 자체로 팬들을 찾아내 비난하는 좌표가 되었다. 이렇듯 아이돌 논란 안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이 공유하던 해시태그는 일종의 수배 전단지로 변모하게 되고, 수배의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해당 해시태그나 링크로 찾아가 집단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여기서 저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중’이라는 범주/언어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비난이 사회를 만들고 보호하는 도구가 되는 시대, 즉 강력한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공론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믿음이 성행하는 시대에 비난의 기술은 그 자체로 상이한 개인들을 대중이라는 단일 범주로 구성해내는 경로가 된다.
“비난은 자기 스스로 대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감각과 동시에 자신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시민들은 국가에 의해 정의된 ‘건강한 사회’와 상상된 공론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이 됨으로써, 마치 대중이라는 것이 이미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로써 탄생하는 것은 정화된purified 공론장이며, 여기서 비난은 개인이 자신 혹은 타인을 환영의phantasmal 대중으로 구성해내는 직접적인 경로가 된다.”
망설임이라는 윤리적 분투: 팬심과 사랑의 정치적 가능성
이제 다시,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쓸쓸히 남게 된 팬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망설이는 사랑》은 대부분의 이들이 떠난 빈자리에 남은 이 팬들의 존재로 시작하고, 또 끝을 맺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논란의 진위가 정확히 판명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사건의 가해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떠날 수조차 없는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결코 ‘팬덤’에 대한 책이 아니다. 단일한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상정되는 집합체인 팬덤으로 미처 다 흡수되거나 포괄될 수 없는 개별 팬들의 치열한 윤리적 실천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을 무조건 팬덤으로 환원하는 관점은 지배적인 여론만을 재생산하면서 주변화된 팬들을 이중으로 삭제할 위험이 있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팬덤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는 팬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대중, 알고리즘 등의 네트워크 안에서 솟아나지만, 온라인상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팬들의 마음과 그것과 관련된 사회의 단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어떤 태도의 문제다.”
(논란에 대한) 팬덤 내부의 지배적 판단과 견해에서 이탈해 판단과 결정을 미루고 망설이는 팬들은 사법적 판단에 기대는 대신 더욱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질문하고, 수많은 타자들을 고려하며 그들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 앞에서 헤맨다. 그 헤맴과 망설임이 관심경제가 주도하는 폭력적인 네트워크에 제동을 걸며 논란을 논란으로 소비하지 않는 다른 사유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 책이 개별 팬들의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통찰이다. 이들의 성찰성은 소셜미디어와 관심경제의 자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온라인 공론장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흔히 팬들, 특히 아이돌 팬들은 ‘매혹’에 따라 움직이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로 치부되곤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지자를 소환하는 프레임으로 강력하게 부상한 ‘팬덤 정치’ 역시 ‘무지성 팬덤’과 ‘합리적 대중’이라는 이분법에 기댄다. “팬덤은 대부분 여성이며 여성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라는 편견의 순환 안에서 탄생”한 이런 시선은 마치 팬 혹은 팬덤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합리적인 상태가 존재하는 것처럼 전제한다. 그러나 “사실 공론장의 원리는 재미, 사랑, 죄책감이 뒤섞인, 관계와 대화를 형성하고 지속해내는 불순한 원동력”이며, 팬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항상 무언가에 매혹되어 있으며, 그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좌절이 좌절로 끝나지 않고 윤리적 분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을 메우는 여러 인터뷰이들, 즉 논란을 경험한 팬들은 아티스트를 마음에 안 들면 치워버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복잡하고 고유한 인간으로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이를 위해 윤리적 고민들을 놓지 않았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사랑일까? 성적 대상화, 여성혐오, 열악한 노동 조건, 팬과 소속사의 착취, 건강 문제 등 아이돌 산업에 얽힌 모든 문제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매혹과 애정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고, 때로는 죄책감과 수치심마저 떠안는 이들이 다름 아닌 팬들이라는 점은 이들의 팬심이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을 꾸리는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이 지점에 팬심과 덕질의 정치적 가능성이 있다.
“사랑이 흔들리면서도 끊어지지는 않는 순간에, 집요하고도 혼란스러운 어떤 찬란함이 고개를 든다. (……) 무언가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일이란 망설일 틈을 주지 않는 세상에서 망설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논란을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네트워크 속에서 관심과 정동의 속도에 뒤처지는 경험은 그 속도에 저항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가능성으로서의 감수능력으로 변모한다. 그렇게 덕질과 팬심은 논란 안에서 재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