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2
/ 박청환
경비원 6573이 퇴출당했다
사전 통보는 물론 사후 알림조차 없었다
신입사원의 출근으로
해고에 갈음되었을 뿐
수고했다는 인사말도 잘 가라는 송별식도 없었으니
퇴직금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언젠가부터 시름시름 지워져 갔고
지워지면 지워질수록 희미해지는 비밀
은밀함이 사라지자 가치는 하락했고
조직은 주저 없이 그를 버렸다
신입사원은 선명했다
선명하게 은밀했다
모두의 첫 출근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또
은밀한 냄새를 풍기며
머리를 쓰다듬는 사람들
조직은 6573 따위는 잊었고
새로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꾹 꾹 꾹 꾹
그리고 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