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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하고 싶다

너굴양 마흔일기

by 너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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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한 두장 남게 되면 마음이 뒤숭숭하다. 한 해가 다 가도록 ‘그동안 난 뭘했나’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가 착실히 커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나도 그만큼 자랐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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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로 집안일이다보니 밖에 내놓을 수는 없어 우리끼리 끙끙거리며 산을 넘고 또 넘었다. 그런 와중에 일감은 점점 줄었다.


연초에 대형 일러스트 작업과 사내 웹툰을 하고, 이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어가려고 했는데 원청업체 사정으로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AI 등장 이후엔 일러스트 외주는 거의 없어진 느낌이다.


이쯤되면 ‘세상이 날 억까(억지로 까다)’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럴 때 주저 앉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있기에 뭐라도 하려고 했다. 일이 정말 한가할 땐 살림을 열심히 하고,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그림일기 아이디어를 짜고 텀이 길어지지 않게 계속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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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히 정규직, 프리랜서 일자리들도 들여다보고 가끔 지원도 하는데 스펙이 애매한 40대 애엄마는 면접까지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나도 알고 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손이 많이 가고, 출퇴근이 있는 풀근무를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하니 부담스러운 구직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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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면서 40대가 지나면 채용될 수 있는 곳이 아주 제한적이 된다. 특히 자녀를 낳고 키우느라 여백이 생기면 그 길은 더 좁아지겠지. 적극적으로 구직을 하자니 애가 걱정, 클 때 까지 기다리자니 나는 빠른 속도로 늙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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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업을 해도 회사에 다녀도 영원한 것은 없는 세상이니 다들 힘들 것이라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할 뿐이다. 도서관에서 틈틈히 책을 빌려 읽고, 영어 공부 어플을 10분씩 하며 머리와 생각이 굳지 않게 애를 쓰기도 하고. 일이 많건 적건 정해진 시간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뭐라도 쓰고 그리고 들여다본다. 이 시간들만큼은 나를 배신하지 않으니.



설령 배신 하더라도, 아주 가끔일테니.

그래서 버티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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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일기가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조금 더 늙어서(...) 만났으니 이야기도 많이 쌓였어요.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 번씩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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