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

프롤로그: 사람은 왜 하면 안 되는 사랑을 꿈꿀까

by 유혜성

프롤로그


사람은 왜 하면 안 되는 사랑을 꿈꿀까


연재가 끝났는데도,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발칙한 첫사:첫사랑의 반격>을 쓰는 동안 나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질문들은 대체로 조심스러웠고,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이었다. 사랑에 관한 질문은 원래 그런 얼굴을 한다. “예의”를 입고 들어오지만, 속엔 “욕망”이 숨어 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이거였다.


“그 사람, 그냥 한 번 만나면 안 돼요?”

“차 한 잔 정도는 되잖아요.”

“작가님… 한 번쯤은, 그냥… 자면 되는 거 아니에요?”


처음엔 웃었다. 사랑 이야기 읽고 마음이 덜컥 들킨 사람들이, 술김에 보내는 DM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됐다. 댓글창에서도, 메일함에서도, 어느 날은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에서도.


나는 그 문장들을 하나씩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 사람과 한 번 만나면 안 돼요?’

‘차 한 잔은 가능하잖아.’

그냥 한 번은…’


수첩 한 페이지가 그렇게 채워질 때쯤, 나는 알았다. 독자들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건 “첫사랑”이 아니라 “금기”였다는 .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이루어지면 모든 게 망가질 수도 있는 사랑.


사람은 이상하게도, “안 된다”는 말에 더 정확히 반응한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다.

잊으라면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책은 거기서 출발한다.


하면 안 되는 사랑.

불온한 사랑.

부적절한 사랑.

도덕과 제도, 체면과 역사, 권력과 책임이 동시에 고개를 젓는 사랑.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들을 ‘심판’하러 오지 않았다. 누가 더 나쁜지, 누가 더 억울한지, 누가 더 피해자인지 단정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늘 그 단정 밖에서 폭발한다. 나는 다만 묻고 싶다.


왜 어떤 사랑은 “안 된다”는 판정을 받았을까?

그리고 더 무서운 질문.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 사랑을, 끝내 잊지 못할까?


사실 역사는 전쟁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더 크게 흔들린 순간은, 아주 자주 “한 사람 때문에”였다.

제국이 무너진 것도, 왕관이 바닥에 굴러간 것도, 한 시대의 예술이 방향을 꺾은 것도,

누군가의 “그 사람” 때문이었다.

클레오파트라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간, 제국이 흔들렸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서로를 선택한 순간, 신과 지식의 질서가 피를 흘렸고.

어떤 왕은 사랑 하나 때문에 왕위를 내려놓았다.

프리다 칼로는 사랑을 끊지 못해 예술로 불태웠고,

브람스는 클라라를 끝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음악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젤다 피츠제럴드는 “아내”라는 이름 아래서 서서히 무너져야 했고,

차이코프스키는 사랑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시대를 침묵으로 견뎌야 했다.


그리고, 내가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다.

평생을 혼자였다고 알려진 철학자 니체.


세상은 그를 차갑고 고독한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한 여인에게 여러 번 마음을 걸었다. 루 살로메. 니체는 그녀에게 청혼했고, 그녀는 거절했다. 그 이야기는 유난히 많은 버전으로 떠돈다. 어떤 버전은 과장이고, 어떤 버전은 오해겠지만, 중요한 건 하나다. 니체 역시 “거절당한 채로 끝나는 사랑”을 평생 품고 살았다는 사실.


그리고 또 하나, 늘 소문처럼 따라다니는 이름이 있다.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 누군가는 “니체가 코지마를 사랑했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건 지나친 해석”이라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떠도는 방식 자체가 흥미롭다. 사랑은 사실보다 먼저 ‘전설’이 되고, 사람들은 그 전설을 통해 자기 욕망을 읽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솔직해지기로 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안 되는 사랑’을 하나씩 품고 산다.

실제로 하지 않아도,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죄책감이 따라오는 사랑.

그래서 더 매혹적인 사랑.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대부분 ‘끝까지 안 갔기’ 때문이다.

끝까지 가면 아름다움은 종종 책임으로 바뀐다.

하지만 우리는 또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아마 그 질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

여기서는 그 질문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약속 하나만 하자.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사랑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만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때때로, 아름다움보다 훨씬 강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 얼굴을 오래 기억한다.


하면 안 되는 사랑은…

왜 가장 오래 남는가.


이제, 그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는 왜 ‘하면 안 되는 사랑’을 꿈꿀까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건 첫사랑이 아니라는 걸요.


첫사랑은 안전합니다.

이미 끝났고, 이미 지나갔고,

아름답게 기억해도 삶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면 안 되는 사랑은 다릅니다.


지금의 나를 흔들고,

현재의 삶을 위협하고,

도덕과 규칙과 체면이 동시에 고개를 젓는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묻습니다.


“이건 하면 안 되는 거죠?”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어떻게 하죠?”


이 질문은 시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왕도 했고, 예술가도 했고, 철학자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도 합니다.

아니, 사실은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불러오기로 했습니다.


왕위를 내려놓은 사랑,

이름을 부를 수 없어 침묵해야 했던 사랑,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지켜낸 사랑,

거절당하고도 사유로 살아남은 사랑.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극단적인 상황에 있었지만,

놀랍게도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 이 사랑을 선택하면, 나는 무엇을 잃게 될까

• 선택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 무엇을 품고 살게 될까


그래서 이 책의 앞부분은

역사 속 ‘하면 안 되는 사랑’들로 채워집니다.

그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우리는 안전한 거리에서 먼저 마음을 열어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책은 조용히 방향을 바꿉니다.


이야기는 역사에서 현재로,

위인에서 당신에게로 이동합니다.


왜냐하면

하면 안 되는 사랑은

이미 박물관에 들어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댓글창과 메일함과

당신의 마음속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부르지 못한 이름,

선택하지 않은 사람,

끝났지만 마음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


꼭 막장일 필요는 없습니다.

불륜일 필요도, 범죄일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하면 안 되는 사랑”을 아주 많이 만들어냅니다.

제도 때문에, 책임 때문에, 타이밍 때문에,

혹은 그냥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


그래서 저는

이 책의 후반부를

당신의 이야기로 열어두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남긴 댓글,

당신이 보내준 메일,

당신이 용기 내어 적어준 몇 줄의 고백은

작가의 손을 거쳐


조금 더 치명적으로,

조금 더 슬프게,

조금 더 아름다운

‘하면 안 되는 사랑‘이 됩니다.


익명은 지켜집니다.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

이건 고해성사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질문이 되고,

어쩌면 다음 챕터의 시작이 됩니다.


그러니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마음속에 스친 그 사람을

한 번만 떠올려 주세요.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이루어졌든, 끝났든,

혹은 아직 시작도 못 했든.


그 사랑이

왜 ‘하면 안 되는 사랑’이었는지

당신의 언어로 남겨주세요.


이 책이 끝난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는 사랑은

생각보다 세상에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하면 안 되는 사람>을 쓰는 사람으로부터.


유혜성 드림


당신의 ‘하면 안 되는 사랑’을 남겨주세요.

댓글 또는 cometyou@naver.com

(원하시면 익명 보장 · 사연은 작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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