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대 이상이다! 영화 <얼굴>

오랜만에 볼 만한 우리나라 영화

by 유쾌한 주용씨


영화 <얼굴>은 오랜만에 볼 만한, 우리나라 영화였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만들고 믿고 보는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다. 기본기가 탄탄한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주제, 박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춘 권해효의 연기까지 칭찬할 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다. 매의 눈으로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큰아들도, 대중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도, 영화다운 영화를 좋아하는 나도, 모두 만족해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다.


common.jpeg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벗지 않던 여학생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간식을 먹을 때만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가 수업 시간에는 항상 얼굴을 덮었다. 답답하고 불편해 보여서 마스크를 벗지 그러냐고 했더니 귓속말로 '제가 너무 못생겨서요' 한다. 아직 어리고 순수하기 때문에 그렇게 솔직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 좀 당황스러웠다. 그럼 그 친구는 언제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을 작정인가. 아무튼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반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결국 마스크를 벗고 수업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도 아이들 중에는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고집하는 아이들이 몇몇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6.jpeg?type=w966


1970년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나라에서 선천적 장애를 가진 남자와 못생긴 외모를 가진 여자의 만남은 험난한 삶을 예고했다. 혼자서 견뎌야 했던 모멸과 굴욕은 둘이 되어서 반으로 줄기는커녕 상대의 아픔까지 떠안게 된 것 같다. 가족을 갖게 된 남자는 앞을 볼 수 없는 눈을 가지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일했다.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여자는 자신의 올곧은 마음을 숨기지는 못하고 불의와 싸우려 했다. 하지만 불편함 없는 신체와 비겁한 태도로도 살기 힘든 시대였다.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며 소통할 수도 없던 그들은 가족으로 오래 살지 못했따.


1.jpeg?type=w966
4.jpeg?type=w966


영화 <얼굴>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한 악인과 선인이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가 또 어느 때에는 독한 마음을 품고 누구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가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인물들은 어느 정도 다 이해가 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폭행을 가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일들이 용서를 받을 순 없지만 '아, 저 사람도 힘든 시절을 살아내려니 저렇게 됐겠구나' 하는 연민과 안타까움이 드는 건 사실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나약함과 이기심, 폭력성과 욕망 등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확인하며 씁쓸해지고 '나는 어떤가' 되돌아보게 된다.


2.jpeg?type=w466
3.jpeg?type=w466


original_16.png?type=p100_10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버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