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어서야 만난 쌀.
아침은 잘 먹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었나 보다
네 살 인생의 아이에게 그렇게 아침은
우유와 바나나 혹은 빵으로 허기를 채워주고 있었다.
가정 보육이 길어지며 할미 집에서 아침을 맞이한 날
아침부터 밥 안 먹는다는데 왜 굳이 밥을 차리냐고
핀잔을 주고 나서 보니
아이는 너무나도 아침을 잘 먹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을 밥으로 챙겨줘야지
반성하는 마음을 먹은 지 하루 만에 무너졌다.
대신 빵 대신 냉동실 떡을 따근 하게 쪄주었다.
50점짜리 아침이었지만 빵보다 나았겠지라고 위안을 삼고 있었다.
내가 토스트 먹고 싶네라고 아무도 안 들리게
마음속으로 한 말을 엄마가 들었나 보다.
너무나도 먹고 싶었던 토스트를 따근 하게 사 오셨다.
이렇게 결국 빵을 먹였다.
저녁은 꼭 맹 씨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페리카나 치킨이 찾아오기로 약속한 날이다.
저녁마저 쌀밥을 안 먹이면 0점 엄마가 될 거 같아서
치킨을 반찬 삼아 밥을 먹었다.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더 미안해진다.
내일은 정성스러운 떡국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