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유행했던 연예 프로그램 중에 『TV 인생극장』이라는 상황극이 있었다. 주인공 이휘재가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A라는 선택을 했을 때 전개될 상황, B라는 선택을 했을 때 전개될 상황을 상상해 본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 경쾌한 음악 소리가 나오며 이휘재가 외친다 “그래, 결심했어!!”
기회비용(alternative cost)이란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가치를 의미한다. 즉 포기된 선택에 대한 대체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기회비용의 의미는 존재했으나,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비저(Friedrich von Wieser)에 의해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기회비용과 비슷한 개념으로 매몰 비용이 있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눈앞에 서 있는 택시가 있긴 하나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지 못한다. 기다릴 만큼 기다리고 택시비까지 내야 한다니 속이 쓰리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결정을 못 한다.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며 버린 시간을 매몰 비용이라고 한다. 현재 상황만 판단해 택시와 버스 중에 선택하면 되는데 종종 우리는 이 매몰 비용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명동의 부자에게는 어떤 기회비용이 있을까? 그들은 어떻게 매몰 비용을 관리했을까? 명동으로 발령을 받고 관리해 드려야 할 VIP 고객의 현황을 파악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투자상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할 자금들이 MMF 통장에 잠겨 있거나, 심지어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입출금 통장에 잔뜩 잠겨져 있었던 거였다. 곧바로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 입출금 통장에 넣어두시는 것보다 단기로라도 운용하시면 조금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분명 바빠서 못 챙기셨나보다 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네, 차장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놔두시면 돼요."
부동산 매수를 위한 대기 자금이었다. 투자상품에 가입했을 때 누리는 투자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버리고 부동산 매수를 해야 할 타이밍에 돈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명동은 공시지가가 하락한 적이 없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땅값 최고가 지역이다. 그 어떤 지역보다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높고 임차수익도 높다. 투자상품 판매를 하는 은행원으로서는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명동 부자의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명동은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이 주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명동 부자에게 투자상품의 수익은 버려야 할 기회비용이었다. 투자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버리고 부동산이라는 대체재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평당 십억이라는 높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도 있었다. 높은 거래 가격이 명동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이지만 탄탄한 자금력이 바탕이 된 부자들에게 명동 부동산은 가장 선호하는 투자대상이다. 이런 부동산 투자방법은 비단 명동 부자뿐만 아니라 빌딩 부자가 많은 강남 부자도 마찬가지다. 강남 부자 역시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며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매월 5천만 원이라는 임차를 받던 상가가 있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은 많이 줄고 영업 이익이 나지 않자 임차인은 고민이 생겼다. 임차료를 조금 낮추면 그럭저럭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만 현 임차료를 내다가는 적자가 나게 생겼다. 건물주인 명동 부자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명동에서 적잖이 벌어졌다. 임차로 들어와 있는 대기업 브랜드조차 가게를 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발 빠른 명동 부자는 예전에 받던 임차료에 연연하지 않고 현 상황에 맞게 임차료를 조금씩 인하해 주었다. 임차인이 빠져 공실이 되는 것보다는 금액을 조금 낮추더라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기존 임차료를 고수하다 임차인이 아예 빠져버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그 임차인이 대기업일 경우에는 높은 임차료를 다른 중소상인이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공실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임차료를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기존 임차료를 고수한 임대인이 있었다. 유동인구 발걸음이 가장 많은 지역에 있는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째 공실이 나 버렸다. 한번 공실이 일어나면 건실한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매월 내야 하는 대출 이자와 건물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과거에 받던 높은 임차료라는 매몰 비용을 빨리 포기하고 임차료를 인하해 주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다. 매몰 비용에 관한 판단을 빨리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악어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악어에게 다리를 물렸을 때 다리를 빼기 위해 악어의 입에도 손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다리는커녕 손까지 악어에게 물리고 만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빠른 속도로 악어에게 잡혀서 먹히고 만다. 악어에게 물렸을 때 살아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린 다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명동 부자처럼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부동산이냐 투자상품이냐를 정하는 순간 기회비용이 생긴다. 만약 부동산을 사기로 했다면 명동 부자처럼 예금이나 투자상품에 대한 수익률은 포기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회비용이 가장 적게 유발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에게 맞아야 한다. 잘못된 기회비용을 선택했다고 판단되면 노선을 빨리 변경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매몰 비용 역시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지나간 매몰 비용에 연연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버리고 현재의 생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한 훈련을 하자.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내가 들인 시간이나 노력, 돈 때문에 선뜻 지금 처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아야 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포기한 선택에 대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명동 부자는 부동산투자를 위해 투자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버렸다.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 역시 빨리 벗어던졌다.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으로 어떠한 기회비용이 있는지 판단해 보고, 매몰 비용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하자. 그래야만 부자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