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맨티킴 Feb 04. 2024

트러블 샷을 피하지 말자

골프는 풀어가는 과정들의 경험이 쌓이는 것

골프를 치다 보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피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동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볼을 편한 곳으로 이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추어인 우린 다칠 것 같은 상황에선 피하자고 규칙을 정한다. 하지만 골퍼들은 조금만 어려운 상황을 마주치면 다칠 것 같다는 핑계를 들며 공을 집어 든다. 몸을 상하면서까지 공을 칠 필요는 없지만 칠 수 있는 트러플 샷은 피하지 말아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언젠가 친구는 나무 뒤에 티샷한 볼이 떨어졌다. 볼을 치면 클럽에 훼손되고 신체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었다. 나는 "벌타 없이 드롭해" 평소처럼 말했다. 뒤에 따라오던 동반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무슨 소리야? 그냥 쳐야지. 벌타를 받던가." 뻘쭘해진 난 조용히 있었다. 분명 시작전엔 위험한 상황에선 무벌타로 하자고 규칙을 정했는데 왜 빡빡하게 굴지 의아했다. 


결국 그 친구는 감정이 상했다. "칠게요. 칠게요 걱정마세요." 칼같은 목소리를 내며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어려운 상황에 감정까지 겹쳐 탈출하지 못하고 더 깊은 러프로 들어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행히 클럽엔 손상이 없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로 난 너무 관대하게 배려한 게 문제였다. 그를 도와준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게 만들어야 했는데 기회를 뺏었다. 두 번째로 다른 동반자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규칙은 정했지만 다시 의견을 모았어야 했는데 단독 행위로 기분 나쁘게 했던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치라 했던 동반자는 트러블 상황에 빠진 사람을 탓한 게 아니라 내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맞다. 골퍼의 실력은 풀어가는 과정들의 경험이 만들어 주는데 내게 그럴 권한이 없다. 문제에 부딪히면 피하는 게 아니라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면하지 마


그래, 보고 있니

여기서 좌절하면 다시 시작할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지만

알잖아, 이겨낼 수 있다는 거



한 번, 두 번 그렇게 외면하면

패배에 길들여지는 거야



탈출하지 못하고 만세를 부를지라도

난 똑같은 상황에도 부딪힐 거야


그래, 너도 부딪혀봐







한 번, 두 번 그렇게 편한 운동을 하게 되면 뒤처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는 날 보며 좌절할 것이다. 이미 초보 때부터 트러블 샷을 해결했다면 어려운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조금만 버겁고 어려운 것 같으면 피하는 습성 말이다. 골프란 운동을 하면서 이겨내는 법을 배워가면 삶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깐 외면하지 말자. 부딪히자. 트러블 샷은 언제나 마주치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