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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맨티킴 Jan 08. 2024

골프는 매홀마다 점수와 돈을 정산하는 악마의 운동

카트 탄 산수샘 

수학을 가르치는 친구가 카트에선 산수를 하다가 머리가 터진다. 수학과 산수는 다른 점은 돈을 계산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자연스레 내기가 동반된다. 배판이 될 때가 헷갈릴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수학샘을 찾는다. "계산해 줘 샘"  척척 계산 잘하는 샘은 일원 하나 틀리지 않고 돈이 갈 곳을 잡아준다. 그러니 계산기 같은 그와 운동을 할 때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공을 치고 계산하는 건 초등 수준으로 쉬운데 계산을 의심하던 선배가 "그러면 선생한테 물어봐. 정확한지 아닌지" 그때부터 우린 정산을 하고 승인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예 계산을 맡긴 것이다. 


예를 들면 2,4천 원 내기를 했을 때 보기 한 명, 더블 한 명, 트리플 한 명, 양파 한 명이 나오면 각자가 다 틀린 스코어를 기록하게 된다. 트리플 이상은 배판이니깐 타당 4천 원 판이 된다. 보기는 더블에게 4천 원, 트리플에게 8천 원, 양파에겐 12천 원을 받는다. 더블은 보기에게 4천 원 주고 트리플에게 4천 원, 양파에게 8천 원을 받는다. 트리플은 양파에게 4천 원을 받고, 보기에게 8천 원, 더블에게 4천 원을 주는 것이다. 


이게  어렵지 않은데 이상하게 산수를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계산기를 갖고 두들겨줘도 아니라고 우기고, 세명이 맞다 해도 계산을 못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낸다. 결국은 감정이 상해 나가리 판이 되기 일쑤다. 

양파와 버디가 나와 자동 땅이 나오는 경우에는 더 심각해진다. 자동 땅이면 4천 원 판에서 배판이 된다. 한 타당 8천 원이 되는데 복잡한 계산 탓하며 내기를 엎어버린다. 골프를 하다 보면 별 사람들이 다 있다. 그러면서 내기를 왜 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어렵다.


재벌인  어떤 회장도 긴장감을 위해서 내기를 한다 했다. 천 원만 한다니 현명하단 생각이 들었다. 배판 없고 땅도 없이 무조건 쭉 1천 원만 하는 게 서로에게 감정 상하지 않고 즐거운 운동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고 늘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못 치는 것도 서러운데 돈내기까지 해서 한 달 용돈이 날아가 서러운 한 달을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한 달간  궁핍함을 상상하면 쪼잔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오장(5천 원) 아니면 안 친다는 선배들 덕에 오장을 친 적이 있었다. 구찌와 핍박이 예상됐던 하루였는데 역시나 난 18홀에 오링을 외쳤다. 다행히 막홀이어서 자존심은 지켰으나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돈, 돈, 억울하면서도 왜 잃었을까 며칠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복수해야겠단 생각뿐,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이렇게 도박에 길들여지는구나 미세하게 요동치는 걸 느꼈다.  골프 내기는 운동을 하러 간 건지 도박이었는지 골프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후로  스윙에 욕심이 가득 찬 게 느껴졌다. 오히려 복수에 날이 선 샷은 날카롭지 못했다. 욕심과 복수, 돈을 되찾겠다는 마음은 더 이상 스포츠가 되지 못했다.적당한 내기로 긴장감을 유도하는 건 좋다. 작은 금액을 딴 사람들은 9홀이 끝나고 그늘집을 계산한다거나 운동이 마무리되고 19홀 식사를 계산한다는 개념이 되면 즐겁게 내기가 이루어진다. 


사람 욕심이란 게 골프를 할수록 돈을 따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정직하라 하는 것도 돈이 오가니깐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과한 내기는 골프에 득일까 실일까 생각해 볼 문제다. 



카트 탄 산수샘


열네 개 클럽을 메고

골프장에 간 우리 샘


언제 오시나 수업 시간 지났는데

나는 수학을 풀다 머리가 엉키어

미로에 빠졌는데


샘 언제 와요

첫 문제부터 기세에 눌려 무서운데

우리 샘 카트에서 산수를 하나보다


샘 얼굴이 아른거려 답은 변수

샘처럼 나 역시 산수에 허우적


그날 샘만 왔다면

내 인생은 장밋빛


지금도 산수를 하고 계시려나!






수학 샘은 새벽 일찍 운동을 하고 본인의 직업을 찾아 나선다. 이른 새벽에 상쾌하게 운동하고 좋은 기분으로 출근하면 좋을 텐데. 가끔 계산하며  '뭐 하는 짓인가'처량한 자신을 보며 실소가 터졌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그때를 추억하지만 돈이 오가는 운동이 과연 정답일까 갈수록 의문이 든다. 골프는 매홀마다 점수와 함께 돈이 정산되는 악마의 운동 일지도 모른다. 


돈 때문에 어려운 운동이라고 하는 건가?실력은 충분한데 꼭 내기하면 안 되는 내기에 약한 골프인들.  작은 내기에선 강한데 큰 내기에서 기를 못 펴는 골프인들. 세상 돌아가는 게 모두 돈과 관련 있다지만 운동이 내기란 이름으로 둔갑해 돈 많이 든다는 오해를 받는 게 아쉽다. 


돈 많이 들잖아. 그 속내는 돈 잃은 사람들의 하소연과 눈물이 만들어 낸 골프의 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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