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해도 덜지 않다. 피넛쿠키 만드는 법
기본 쿠키 레시피 응용해 피넛쿠키 만들기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집 럭셀 오븐은 휴업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일이 있어 잠시 멈추었는데, 마음을 추스르는 기간이 참 길었다.
평화를 서서히 찾게 된 나는 오랜만에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해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먼지 쌓인 오븐을 쓱 닦아내고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하나하나 꺼냈다.
어릴 적 배웠던 수영 동작들이 다 커서도 물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기억나는 것처럼
잊어버린 줄 알았던 쿠키 레시피도 자연스레 기억나더라.
몇 주 전 사둔 냉장고 속 스키피 피넛버터가 생각났다.
기본 중 기본이라는 아메리칸 쿠키 레시피에 녹차가루를 넣으면 녹차 쿠키가 되고,
얼그레이를 우려 넣으면 홍차 쿠키가 된다.
그리고 피넛버터를 더하면 피넛쿠키가 된다.
그게 바로 쿠키의 매력.
피넛버터도 버터라는 생각으로 레시피에 80g을 추가하고 기존 버터 양을 80g만큼 덜었다.
그랬더니 반죽 과정에서 뭉쳐지지 않고, 밀가루가 그대로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급하게 기존 버터 양 80g을 중탕으로 녹여 반죽에 넣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내가 알던 반죽의 점도가 됐다.
충격적 이게도 피넛버터는 버터가 아니었다.
기존 레시피에 피넛버터 80g을 추가했을 뿐 다른 재료를 빼지 않았다.
그랬더니 단짠에 고소함까지 더해진 쿠키가 탄생했다.
생각해보면 녹차 쿠키를 만들 때도 파우더를 추가할 뿐 반죽을 덜지 않는다.
얼그레이 쿠키를 만들 때도 얼그레이를 우려 섞을 뿐 따로 무언가를 덜지 않는다.
아마 내가 선택한 스키피 피넛버터가 조금 되고, 짭조름한 땅콩버터라 그럴 수도 있다.
잊지 말자.
아메리칸 쿠키를 응용한 다른 맛 쿠키를 만들 때는 추가하는 거지, 빼는 건 아니다.
재료(g)
반죽
강력분 235(좀 더 부드러운 쿠키를 만들 때는 중력분을 추가해 양을 조절하세요.),
베이킹파우더 3, 베이킹 소다 2
피넛버터 80, 버터 140, 달걀 1개, 설탕 180, 소금 1
토핑
초코칩 150
(양은 기호에 맞게 준비한다. 반죽에 섞는 용도다.)
레시피
1. 강력분을 채친 뒤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가루류를 모두 혼합한다.
2. 거품기로 버터를 크림화 한 뒤 실온에 두었던 달걀과 섞는다.
3. 설탕이 적절히 버터와 섞이면 흑설탕을 2~3회 나눠 조금씩 섞는다. 이때 소금도 넣어준다.
4. 버터에 가루류를 혼합한 뒤 주걱으로 반죽을 만든다.
5. 반죽을 40g씩 동그란 모양으로 떼어낸 뒤 팬에 굽는다.
- 170도 15분간(크기에 따라 조절)
오븐 팬에서 꺼내 식히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