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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관 Oct 07. 2019

Letters from butler 2

취향관, 어느 봄날의 기록

Letters from butler 2

 

* [Letters from butler]는 취향관에서 3개월간 버틀러로 일했던 ‘정현’이 그간의 시간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따뜻한 봄날을 함께하며 경험했던 취향관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짤막한 남겼습니다.



거실에 모여 앉아


취향관이라는 커뮤니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푸릇푸릇한 마당까지 갖춘 멋들어진 2층 양옥 주택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곤 하죠. 구석구석 옛 흔적에 더해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취향관 다운 곳이 어디냐고 한다면, 바로 '거실'입니다. 살롱의 핵심적 요소인 ‘대화’가 가장 풍성하게 이뤄지는 곳이거든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는 스타인 살롱의 응접실이 연상되는 거실. 멤버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눕니다. 역시 공간의 힘을 무시하기란 어려운 법이죠. 누군가 대화를 시작하면 어느새 하나 둘 모여들며 또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 아직 서로가 어색한 이들도 있는데 말이죠. 모두들 기꺼이 대화할 ‘합의’가 되어 있는지라, 불편한 기색 없이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열심히 나누곤 합니다.


수다 떠느라 늦게 퇴근한 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별의별 주제로 재미난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별수 있나요. 지극히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거나 영화, 책,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도 했고요. 감정 혹은 사회적 이슈같이 다소 깊이 있는 주제에 관한 의견들도 오고 갔습니다. 내용이 뭐가 됐든 거실에서 이뤄지는 풍성한 대화의 경험은 저에게 충분한 활력이 되어줬습니다.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배려와 존중이 가득한 대화를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이건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 같지만, 또 어디에서도 하기 힘든 경험인 겁니다. 취향관이라는 커뮤니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그만큼 다채로운 대화를 향한 갈증이 높다는 뜻이겠죠.



영감을 주고받는다는 것


여러분 주변에는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단순한 질문이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쉽게 대답하기는 힘들지요. 그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사이와는 또 다른,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창조적인 자극을 나누는 관계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취향관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주는 관계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밀도 있는 이야기들은 긴 여운과 함께 더욱 특별한 감정을 안겨줬습니다.


취향관의 동료 디자이너와 주고받은 대화는 재밌으면서도 여러모로 유익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일하며 겪는 고민을 공감하며 나눌 수 있었거든요. 이처럼 추구하는 방향에서 교집합이 크고 문화적 취향까지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이 영감을 제공해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굉장히 '다른' 이들과의 만남과 관계가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기도 하죠. 취향과 선호, 가치관이 뚜렷한 멤버분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저의 취향도 한 뼘씩 넓어졌습니다. 그들의 취향이 저에게 크고 작은 영감으로 다가왔던 만큼 제 취향 역시 그들에게 일종의 영감으로 전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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