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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관 Sep 16. 2019

우리는 이미 여기에 있었다

취향관 레터 #2 새로운 세계

 우리는 이미 여기에 있었다 2018.04.10 / 마틴



새로운 ‘세계’


취향관 멤버십이 시작된 2018년 4월 1일 “거짓부렁이 글쓰기” 시간과, 4월 7일에 있었던 “문장으로 일상담기”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대놓고 거짓말을 하자” 해놓고도 진실을 알려고 애썼고, 아직도 불분명한 어떤 사실들에 관심이 남았습니다. 


첫 날 “새빨간 사과”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기만나'님이 다시 만난 날, “생각하고 말면 잊어버리니까 그리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데, 비유가 많아 때로는 저도 무슨 이야기를 정확히 쓰려고 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라고 했던 말이 ‘언어’의 속성을 무척 달달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L.Y.의 느낌 있는 사진들과 재치 있는 말들, 밝은 에너지의 송진님이 가사를 쓴다고 하자 가사를 모으는 데에서 취향의 접점을 이야기한 서영님, 그녀의 라디오 날씨 이야기에서 MBC FM 91.9를 애청한다는 이야기로 넘어간 승엽님, 28일에 커피살롱을 열어줄 선행님과 스테이크와 디저트로 접속한 은솔님 등... 일일이 기록하기엔 너무나 폭발적이었던 이 날의 ‘말’들은 ‘글’ 이전에 재미 그 자체였습니다. ‘술’과 ‘명함’, 그리고 ‘인맥’이라는 매커니즘과는 조금 다른 ‘낯선 사람들의’ 공동체를 느낍니다. 


“기존의 글쓰기보다 좀 더 자발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분과 그녀의 옆에서 ‘자발적 원고’의 중요성에 격한 공감을 표한 Allee님, “처음에 생각했던 개념이 아니어서 더욱 즐겁다”며 팟캐스트까지 제안한 Jake님과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즐거웠던 토요일의 만남은 제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던 ‘수업’이나 ‘과제’의 영역으로부터 가뿐하게 벗어나 진정한 ‘일상’으로 남았습니다. 승엽님이 이야기했듯 “쿨한 사람이란 없”겠지만, 우린 좀 더 쿨하게, 지아님이 이야기하고 제가 다시 한 번 확인했던 ‘솔직하고 뜨거운 비판의 단계’로까지 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문득 5년 전, 강신주님이 엮은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를 열면 곧 만나는 두 조각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마찰이 없는 미끄러운 얼음판으로 잘못 들어섰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 조건은 이상적인 것이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마찰이 필요하다. 거친 땅으로 되돌아가자!” 

 

이미지적인 그의 글이 참 좋습니다. 저 포효로부터 현대와 탈현대를 느낍니다. 제가 좋아하는 ‘뉴 저널리즘’ 역시 저 마찰의 힘으로 오늘도 새로운 원고와 육성을 뿜어내더군요. ‘말과 글’을 가지고 놀고, 또 그 위에 사회성을 한 겹 더 두텁게 입힐 줄 아는 이들이 있어 우리의 세계는 그다지 빈곤하지 않습니다. 저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자기검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오직 사다리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면, 나는 거기에 도달하려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로 가야만 하는 곳, 그곳에 나는 원래 이미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네, 우리는 그래서 취향관에 이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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