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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과 촌장 Oct 16. 2021

04 시골 살면 돈이 더 드는 까닭

1부 시골 판타지, 당신이 꿈꾸는 시골은 없다

난방비에 놀라지 마시라


시골에서 산다고 식비가 결코 적게 드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생활비는 어떨까? 도시에서 생활할 때랑 조건이 같다고 할 때, 놀랍게도 시골 생활비가 더 많이 든다! 그 까닭은 바로 ‘에너지’ 비용 때문. 난방비와 교통비에서 무너져 버린다.


시골에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온다. 가구 수가 많은 시나 읍 지역은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곳도 있지만, 면 지역은 언감생심이다.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무 조각을 땔감으로 쓰는 화목보일러를 쓰는 경우도 있다. 난방유는 200리터를 한 드럼이라고 하는데, 한 드럼당 15만원에서 20만원 가까이 한다. 30평 이하 집도 한겨울에는 한 달에 두 드럼으로 모자라기도 한다. 일 년 내내 사용하는 온수도 기름보일러로 해야 하니 일 년에 7드럼에서 8드럼 정도 쓴다고 치면 보일러 기름 비용만 일 년에 최소 120만원이다. 화목보일러는 기름보일러보다는 적게 든다고 하지만 목재 팰릿 가격도 저렴한 도시가스 가격에 비할 바 아니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데다 팰릿을 수시로 보일러에 넣어 줘야 해서 기름보일러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구들장이 있다면 그나마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겠지만, 그 많은 장작은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 구들장에 불 피우는 것도 여행 가서 재미로 해 보는 거지, 추운 겨울날 날마다 불 땔 생각하면 벌써부터 코끝이 시려 온다.          



하루 네 번 다니는 버스


비용을 떠나서 시골살이에서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가 ‘교통’이다. 지하철은 당연히 없고, 안타깝지만 버스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면 지역에 들어오는 버스는 하루에 네다섯 번 정도 들어온다. 하루 네다섯 번이라고 해도 새벽에 한 대, 아침에 한 대, 점심에 한 대, 저녁에 한 대 꼴이니까 버스를 타고 읍내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이라면 아침에 오는 그 버스를 놓치면 끝장인 거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동네 할매들이 버스를 타려고 버스 시간 삼십 분 전부터 나와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버스 한 대 놓치면 그날 일정은 말짱 도루묵.


버스 운행 횟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자동차와 운전면허가 필수다. 교통비가 더 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없이 시골 생활을 하겠다는 건 섬에 갇히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일하다가 호미 자루가 부러져도 자동차 끌고 읍내 가게에 가야 하고, 아이 학교 준비물로 스케치북 하나를 사려 해도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24시간 편의점은 아예 없고 동네 슈퍼가 면사무소 근처 상가가 모여 있는 곳에 있긴 하나, 내가 필요한 건 그곳에 없을 가능성이 더 많다. 과자봉지에 뽀얗게 앉은 먼지와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집어 들면서 ‘아, 읍내 마트로 갈 걸 그랬네.’ 하고 후회하게 된다.


그래도 자동차 끌고 나갈 일을 최대한 안 만들고 바깥 볼일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면 되지 않냐고 생각했을 줄 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농사를 짓는다면 수확한 작물을 어딘가에 갖다 줘야 팔 수 있는데, 당연히 차에 싣고 움직여야 한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자급자족하면서 살지 않는 이상 도시보다 차를 탈 일이 더 많이 생긴다. 뭘 사거나 누굴 만나거나 걸어서 가능한 거리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     


도시에 살 때는 도시의 고마움을 모른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도시가 얼마나 살기 편한 곳인지 알게 된다. 시골에 살면서 ‘아, 이래서 사람 모여 사는 곳에 살아야 편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시골 살면 돈이 더 드는 까닭도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골에 집을 지으면서 대로로 지나가는 수도관을 깨뜨려 우리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수도관을 연결해야 할 때, 한전에 연락하여 멀리 전봇대에 있는 전선을 당겨와야 할 때 실감하게 된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생각지도 못한 돈이 나가는구나, 하고. 그제야 느끼게 된다. 도시가 정말 살기 편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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