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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09. 2024

촌(村)스럽게!

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2. 5 

지역의 한 기관에서 제작하는 홍보 영상 촬영 의뢰가 들어왔다. 보통은 원고 작성 등 작가로 참여해달라는 문의지만, 이번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활동 촬영과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였다. 취지에 공감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사무실 위치가 창원이면 통영과 거리가 가까우냐고 물었다. 순간 당항했다. 창원과 통영의 거리를 어디와 비교해서 설명해야 이해가 될까? 결국, 길 찾기 앱으로 거리를 찍어보라며 통화는 마무리됐다. 돌이켜보면 말투부터 달랐다. 지역의 영상 콘텐츠 제작 업체가 아니란 거다. ‘어떻게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을 지명도 낯설어하는 업체가 맡고 있는 걸까?’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 지자체의 홍보 영상은 한때 서울의 업체가 사업을 낙찰받고 하청의 재하청을 통해 지역의 작가나 촬영감독 등을 고용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도권 업체만 알아보는 관례는 콘텐츠 전체방향성에 영향을 주고, 결국 최대의 비용으로 최저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물론 지역 할당제처럼 지역 업체에 대한 가산점을 적용하는 예도 있지만, 여전히 ‘지역은 촌스럽다’라는 편견이 깔려있다.      


‘지역은 촌스럽나?’ 지역은 촌(村)스러워야 한다. 여기서 ‘촌스럽다’라는 세련됨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의 가치, 지역의 특성을 담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다. 그것이 가장 세련되고 강력한 로컬파워다. 경남엔 지역의 청년을 고용하고 지역의 스토리를 ‘촌(村)스럽게’ 담아내는 다양한 영상·콘텐츠 기업이 있다. 하지만, 지역 기업과 지자체가 지역 콘텐츠 제작 업체를 외면하면, 지역에서 영상 제작에 몸담은 청년은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역에 대한 편견이 지역 콘텐츠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역 방송은 촌스럽다’, ‘지역 방송을 누가 보나?’ 뼈 아픈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영혼을 갈아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으로선 허탈해지는 말이다. 물론 10배 100배의 제작비가 투입된 콘텐츠에 비하면 세트와 장비, 그래픽 등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소비되지 않는다고 없애면 지역의 소식은 누가 전해주나? 최근 KBS창원은 뉴스7 경남의 한 코너로 ‘신문브리핑 풀뿌리 언론K’를 론칭했다. 한 주 동안 지역의 풀뿌리 언론사에 소개된 다양한 소식을 모아 전하는 코너다. 방송 제작을 위해서 경남도민일보 뉴스사천, 주간함양, 한산신문 등 지역신문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창원천에 발견된 수달 소식부터 통영의 한 초등학교 100주년 행사를 학생기자가 소개한 기사, 차도에 떨어진 벽돌을 치워 사고를 예방했다는 학생들의 미담까지 소소하지만 따뜻한 지역의 소식이 가득했다. 지역을 지탱하는 풀뿌리 언론이 없었다면 묻혔을 얘기들이다.


“작가님예~ 내가 사투리가 억수로 심한데 괜찮겠습니꺼?” 방송 출연을 앞두고 사투리 사용이 고민하는 출연진에게 “강남 사람 아니고 갱남 사람들만 보니까, 괜찮습니더! 마음껏 하시소”라 답했다. 사투리를 쓴다고 촌스러운 건 아니다. 학창시절 전체 조례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길어지면 지루해진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그때마다 선생님은 “지방방송 꺼라!”고 언포를 놨다. 잡담, 쓸모 없는 얘기를 지역방송에 빗댄 잘못된 표현이다. 편견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제는 지역(방송)을 켜야한다. 지역의 소식에 귀기울이고 지역을 기록해야 한다. 지역에서 만든 ‘촌(村)스러운’ 콘텐츠가 모일 때 지역은 성장의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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