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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09. 2024

마을, 어때?

경남도민일보 컬럼 <아침을 열며> 2022. 7 

7년 전 행복마을콘서트 ‘동네방네’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전국에 내로라하는 마을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도심 속 공동체 마을 사례로 서울 성미산 마을이 소개됐다. 맞벌이가 많은 도심에서 공동육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학교, 책방, 마을식당을 만들고 공동체 공간을 확장해 나갔다. 방송에서 소개된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마을이란 뜻을 가진 공동주택으로 1층은 관리비와 운영비 충당을 위한 작은 가게가 입점해 있고, 2층은 공동주방 겸 모임방이 만들어져 있었다. 학교를 다녀오면 홀로 밥을 먹어야 했던 아이들은 공동주방 ‘씨실’에 모여 누나, 형, 동생들과 밥을 먹으며 책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직장에서 돌아온 부모도 저녁을 차리는 시간을 아껴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공동체 회의를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비용은 가게 임대료와 각 가정에서 나눠서 충당했다. 4인 가정이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리는 비용과 다 먹지 못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생각하면 공동주방은 획기적이고 경제적인 발상이었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은 종합 편집을 하는 동안 종편실 스텝들의 반응으로 시청률과 심의평을 가늠한다. 행복마을 콘서트의 스튜디오 녹화날 카메라 감독, 음향 감독, CG실 리액션은 꽤 괜찮은 반응이었다. “와! 작가님 저 마을 어디 있어요?”, “우리 어릴땐 다 저렇게 살았어”, “결혼하면 저기서 살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심의평도 시청률도 훈훈하게 나왔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흘러 우리 가족은 성미산 못지않은 매력을 가진 마을에 살고 있다. 재첩에 다슬기 송사리가 잡히는 봉림천이 흘러 창원천으로 이어지는 창원 봉림동이다. 마을 주민과 아이들은 마을의 생태를 기록한 생태카드를 제작하고, 학교와 마을학교, 지역사회가 협업하여 마을교과서를 만들기도 한다. 소행주 같은 공동주택은 없지만 각자 집에서 있는 반찬을 들고와 고추장 한 술, 참기름 한 술 넣어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존 무스의 그림책 ‘돌멩이국’처럼 남는 식재료와 마음을 모아 마을간식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나눈다.      


한 달 전, 마을에서 ‘봉림, 어때’라는 행사를 열었다. 애초엔 경남도 공유경제 활성화 지원사업의 성과 나눔회의 성격을 띤 작은 행사였지만,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와 협업을 통해 영상 제작과 공연, 라이브커머스와 유튜브 라이브 송출까지 구성된 종합편성으로 행사의 규모가 커졌다. 아이들은 장난감과 인형 등 중고물품을 파는 ‘슈퍼다잇소’를 열고, 주민들은 직접 따온 꿀이나 유기농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봉림동 마을학교 ‘자급자족’ 동아리 아이들은 쓰고 남은 공책을 모아 만든 리폼 공책을 팔고, 채식 동아리 아이들은 어묵과 떡을 꽂아 만든 ‘어떡어떡해’를 만들어 판매금 일부를 창원한들초등학교 ‘100원’ 식당에 기부했다. 마을의 마스코트 강민이와 연두는 연둣빛하늘이란 이름으로 ‘창원천에는 친구들이 사네’ 노래를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고, 지역가수 이경민은 ‘이웃사촌’이란 자작곡을 선사했다. 행사가 펼쳐진 작은 놀이터 위 하늘은 맑고, 한들산들 바람이 불어오고 아이들은 신나게 그네를 탔다.      


‘소멸의 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어떻게 지역의 소멸을 막을 것인가’ 대안을 제시한 2편을 제작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그 대안은 마을에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사업이나 어촌뉴딜이 아닌 마을을 떠나지 않을 이유와 마을을 자랑하고 픈 마음만 있으면 된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우리 마을 어때?’가 확산되길 바란다. 당신은 어떤 마을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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