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3. 1
‘직통열차는 없지만, 환승으로 조회 가능합니다’ 기차 예매 검색창에 [창원중앙-부산] 구간을 검색하면 나오는 문장이다. ‘어떻게 창원에서 부산까지 직통 열차가 없단 말인가!’ 환승을 검색하면 창원에서 동대구까지 무궁화를 타고 다시 동대구에서 부산행 KTX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뜬다. 부산이 아닌 부전으로 검색하면 부전행 무궁화호 직통열차가 4편이 뜬다. 운전이 서툴렀던 당시, 친정이 있는 부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다녀오는 일은 열차 시간 만큼 인내가 필요했다. 운전이 익숙해진 지금도 부산행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동서고가, 만덕터널 등 마의 구간을 지날 때면 ‘이렇게 힘들게 올 일인가!’ 한탄을 늘어놓게 된다. 다행히 부전-마산을 30분대로 잇는 복선전철 개통이 예정돼 있지만, 열차 운행 간격을 90분에서 20분으로 줄이기 위한 전통차 도입이 사실상 중단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죄송합니다. 출연은 힘들 것 같습니다.” 방송작가에게 이 답변은 도돌이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다. 서울 경기권의 패널 섭외 시 출연불가 답변에 왜냐는 물음은 굳이 하지 않는 편이다. 평일 오전 녹화시간에 맞춰 창원에 도착하려면, 방송국과 가까운 창원중앙역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새벽 5시 5분 첫차나 5시 40분 기차를 타야 한다. 그러려면 자택에서 최소 새벽 3, 4시엔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다음 기차는 8시 25분 출발 11시 17분 도착이다. 6시와 7시대 기차가 없다. 1시간의 여유를 벌기 위해선 창원중앙역이 아닌 창원행 6시 5분 기차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창원역에서 방송국까지 20여 분을 도로에 허비해야 한다. 기획의도를 듣고 출연 확정을 했다가 교통편을 알아본 뒤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괜찮습니다. 다음 기회에 좋은 날 뵐 수 있길 희망합니다.” 답문은 보냈지만,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기꺼이 마음과 시간을 내어 첫차를 타고 온 패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교통오지네요” 감사함과 죄송함이 꼭 제작진의 몫일까.
‘그렇게 섭외가 힘들면 지역의 전문가를 찾으면 되지 왜 굳이 서울에서 김서방을 모시고 오려는 거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당연하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의 전문가 섭외가 0순위다. 하지만 지역과 밀접하다는 것이 가끔 독이 되기도 한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상황에선 허물을 가감 없이 말하던 이도 카메라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지역과의 관계가 없는 외부의 시선이 필요한 주제도 있다. 늘 듣던 똑같은 얘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과 자극이 필요한 때도 있다.
올 하반기 경전선 수서행 직통 고속열차 운행 계획이 발표됐다. 창원에서 SRT를 타고 서울 강남까지 환승 없이 직통으로 갈 수 있게 됐다. 개통 시기나 운행 편수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수도권 패널 섭외의 고충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고속철 운행 편수를 확대하면 수도권으로 인구와 소비가 몰리는 이른바 ‘빨대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인 빨대효과에 대해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은 수도권의 인재와 인프라를 지역이 역 이용하는 빨대를 반대로 꼽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