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3. 3
“안 춥나? 스타킹은 신고 가지!” 낮 기온이 뚝 떨어진 아침, 딸 아이의 방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얇은 스타킹 한 벌을 두고 기 싸움이 시작됐다. 여섯 살 터울의 둘째 녀석이 책가방을 챙기다 말고 달려와 묻는다.
“왜?” 그래. 우리는 왜 황금 같은 아침 시간, 이런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딸 아이는 교복이 불편해 체육복을 입고 싶은데, 학교 규정상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해야 한다. 교문 통과 후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데 탈의실이 없어 교실에서 갈아입다 보니, 환복의 편의를 위해 스타킹을 신지 않는다. 스타킹 위에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은 적도 있지만, 통기성이 떨어지는 스타킹의 특성상 금세 땀이 차이고 갑갑하다. 교복 바지도 있지만, 체육복만큼 편할 리 없다. 한 겨울엔 카디건과 재킷, 후드 집업을 입은 상태에서 패딩을 입고 가야한다면 인상을 찌푸렸다. 딸 아이 혼자만의 불만인가 싶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 학생은 교복을 입고 가기 싫어 아예 선생님 출근 전 등교하기 위해 알람을 10개씩 맞춰놓는다고 한다. “교복이 정말 싫어?” 대답은 단호했다. “네!”
불현듯 학창시절 교문 앞 선도부의 복장 단속이 떠올랐다. 명찰부터 두발, 치마 길이, 넥타이 등 복장이 불량할 경우, 운동장 한 바퀴를 뛰고 들어가야 했다. 교복 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던 학생은 중학생 학부모가 됐건만, 왜 아침 등교 풍경은 30여 년 전 그대로일까. 물론 바뀐 것도 있다. 2018년 ‘불편한 교복’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면서 교복 체계 개편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적도 있고,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공론화를 통해 교복을 편안한 옷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90년대를 풍미한 DJ DOC의 노랫말처럼 반바지 교복도 생겨났고, 불편한 정장 재킷 대신 후드집업으로 탈바꿈 한 학교가 늘었다. 최근엔 영국의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교복 속 체크 무늬가 자사의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대부분 학교가 교복 디자인 변경을 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조금 바뀌었을 뿐 신축성 없는 재질 등 교복은 학생들이 활동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하다. 교복의 디자인과 품질이 왜 개선되지 못 하고 있는지는 실태 조사가 더 필요해 보인다.
딸 아이가 중학교 입학 할 무렵,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 대신 비대면 교육이 많았고, 위생 및 감염 우려로 교복 대신 체육복 등교가 허락됐다. 체육복 등교임에도 불구하고 교복은 필수라, 학교에서 지정한 업체에 가서 교복을 맞췄다. 예약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대기를 해야했고, 커튼으로 가려진 임시 탈의실 에서 5,6명이 옷을 갈아 입고 치수를 쟀다. 경남도에 주소를 둔 중·고등학교 신입생은 2019년 교복비 지원 조례 제정으로 30만 원의 교복비를 지원받는다. 그 외 블라우스, 바지 등을 추가 구입할 경우는 비용이 발생한다. 여벌의 교복 구입을 고민하니 체육복만 입고 다녀서 교복은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작아졌다며 모두 추가 구입을 권하지 않았다. 2학년 딸 아이의 교복은 새것만큼 깨끗하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으려는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다. 교육은 스마트하게 미래로 나아가는데, 학교 앞 복장 단속과 교복은 왜 과거에 머물러 있을까. 시대가 바뀐 만큼 교복도 교복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교복 선택은 학교자율이다. 학교마다 교복관련 규칙을 정해놨다. 딸 아이는 학생회장 선거에체육복 등교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아이의 선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