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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10. 2024

울타리를 넘나드는 배움에 관하여…

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3. 5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배웠던가? 물론, 교과서 속 지식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적 대화를 위한 다양한 지식을 함양시켜 준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끝남과 동시에 교과서 속 지식 대부분은 사장된다. 취업을 위해 쓰는 이력서 한 줄(초·중·고·대 졸업)을 위해 우리는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혹은 사회 진출하는 순간, 원점이다. “도대체 넌 뭘 배웠냐?” 대학 신입생과 사회 초년생이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어쩌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중학교 2학년, 난생처음 시험을 친 딸 아이가 묻는다. “엄마 이걸 달달 외워서 답안지를 적어내도 시험 끝나면 다 까먹을 거 같은데, 무슨 의미가 있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라던 엄마의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재탕해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게. 차라리 단답식 말고 동아시아 역사를 통해 느낀 점을 서술하라는 진짜 서술형 문제를 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라고 답했고, 딸 아이의 어이없는 표정을 끝으로 대화는 종료됐다.      


국제경쟁력연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3 세계 혁신 대학 순위’에서 미네르바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대는 4년간 미주, 유럽 등 7개 도시를 돌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지역 내 기업 혹은 단체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강의실도 교재도 없다. KBS창원 ‘사회적경제 내일을 연다’ 다큐멘터리 제작 당시 취재한 유럽의 미네르바 스쿨로 불리는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의 MTA-레인(Leinn)과정 역시 강의도 교수도 없다. 4년간 법인을 설립 하고 팀 창업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배운다. 촬영 당시, 몬드라곤 대학의 MTA-레인 과정을 밟고 있던 한국인 유학생은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무엇을 위해 공부를 했는지 몰랐다. 몬드라곤에 와서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됐다”라고 했다.      

마을교육의 필요성에 관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경남지역 고등학교의 서울대 진학률이 얼마인지 아십니까?”라는 엉뚱한 질의를 했다. 학교 안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교실 밖으로만 눈을 돌리는 사이, 교육의 질이 낮아졌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청년 이탈을 고민해야 할 지역의 의원이 인서울 학생 비율을 걱정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배움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져야 할까?’ 창원한들초 3학년 학생들은 지역사회와 학교, 지역대학이 협업해 만든 ‘봉림동 마을교과서’를 들고 봉림동 마을해설사와 함께 교실을 잠시 벗어나 마을을 배운다. ‘복을빌길’에서 만나는 볼목하니 전설을 간직한 350년 된 할머니 느티나무와 신목으로 불린 400년 된 할아버지 회화나무, 성혈이 남아있는 고인돌 등 마을 안의 역사와 생태 등 배움은 무궁무진하다. “다슬기 잡았어요!”, “나는 재첩 잡았다~”, “송사리도 있어요!” ‘나들이길’ 탐방에선 봉림천의 다양한 생물도 관찰하고 생태카드로 조별대항전 게임도 진행한다. ‘옛둘레길’에선 신라 시대 절터인 ‘봉림사지’ 발굴 현장도 살펴보고 내려오는 길엔 마삭줄로 만든 화관도 쓰고, 모기를 쫓는다는 제피 잎 향기도 맡으며 숲을 만끽한다. 울타리를 ‘벗어난 교육’이 아니라 울타리를 ‘넘나드는 배움’이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지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품은 ‘지역 지킴이’가 될 것이다. 지역 소멸 시대, 교육은 학교와 마을을 넘나들어야 한다.  

봉림동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생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생태카드 QR코드를 클릭하면 영상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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