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아침을 열며] 2024. 4
개화 소식과 함께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도 시작됐다.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방송을 담당한 작가는 토론회 전, 각 선거구 선관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방송사가 제시한 토론방식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토론 주제는 유권자 주제·질문 공모와 여론조사, 정당, 사회단체 등을 통해 수집한 의제를 바탕으로 위원 회의를 통해 선정된다. 선관위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 지역구에서는 올해 의제 취합이 유독 힘들었다고 한다. 의제가 모이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반영된 건 결과는 아닐지 씁쓸함이 남았다.
그렇게 각 선관위에서 취합한 의제 가운데 국정 현안과 지역 현안, 예비질문을 정하고, 작가는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큐시트와 질문지, 원고를 작성한다.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안이 확정되고, 발언 순서와 좌석 배치 등 추첨이 이뤄진다. 추첨 이전 원고는 발언 순서가 A, B, C로 표기되고, 추첨 이후 기호와 정당명, 후보자 이름으로 수정된다. 시대에 따라 선거 토론방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발언 순서와 시간을 촘촘하게 쪼개놓은 토론방식을 선호했다면, 최근엔 주도권 방식의 상호토론을 선호한다. 발언과 답변 시간은 1분을 넘지 않게 하고, 최소한 30초의 답변 시간을 보장해 줄 것을 권장한다. 주어진 의제에 준비된 답변만 시간에 맞춰서 하는 토론은 변별력이 떨어진다. 반면, 주도권 토론은 유권자가 주도권을 쥔 후보자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고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
“후보자님, 토론방식은 숙지하셨죠?” 리허설 전후로 후보자 대기실을 찾아 선거 토론방식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하지만, 막상 생방송 ON 사인이 뜨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소한의 답변 시간 30초를 남기지 않고 질문만 하고 끝이 나는 경우부터, 본인의 주도권 시간임에도 주도권을 상대 후보에게 빼앗긴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자질에 대한 주도권 토론과 정책에 대한 주도권 토론이 나뉘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질과 공약을 뒤섞어 질문하는 후보자도 있다. 물론, 정해진 규칙도 잘 지키고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끝까지 품격 있는 토론을 이어가는 후보자들도 있다. 일부 후보자들이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아 제작진의 애를 태우기도 하고 간혹 날 선 공방이 오가긴 했지만, 이번 선거방송 토론회는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끝이 났다.
매주 월요일 아침 둘째를 학교 건널목까지 데려다준다. 서로 맞잡은 손의 온기로 각자의 일주일을 잘 지내보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걸 핑계 삼아 하루라도 공원 산책을 하며 푸른 하늘도 보고, 아침의 상쾌한 공기도 쐬어 보자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만개한 벚꽃은 봄바람을 타고 꽃비가 되고, 좁쌀을 튀겨 놓은 것 같은 조팝꽃은 희고 작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노란 민들레꽃과 붉은 철쭉까지. 공원은 일주일 사이 전혀 다른 풍경이 돼 있었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가 잘 치러진다면 공원의 풍경처럼 우리의 삶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D-1 투표일을 하루 남긴 지금도 누구를 뽑을지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선거 공보물을 아무리 읽어도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각 방송사 유튜브 등에서 지역구와 후보자토론회를 검색해 다시 보기를 권한다. 글에는 담기지 않는 후보자의 인격과 자질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대한민국 정치에도 꽃피는 봄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