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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18. 2024

죽어야 끝나는 교제폭력?
죽기 전에 막아야!  

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4. 07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이 4년간 교제폭력에 시달려 왔고 전 남자친구에게 40억 원을 갈취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를 성폭행,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전 남자친구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쯔양의 영상을 되짚어보니 폭행의 흔적으로 추측되는 상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웃는 얼굴로 먹방을 진행하는 쯔양의 손목과 팔 등 곳곳에 멍 자국이 있었고, 밴드나 파스가 붙어 있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진작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다.’ ‘견뎌줘서 살아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며 지난 4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얼굴 같은 곳은 잘 안 때립니다. 팔뚝이나 허벅지처럼 때려도 표시가 안 나는 곳만 때립니다.” 거제 교제폭력 피해자인 고 이효정 양의 아버지가 토론경남 녹화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겨우 스물 한 살, 고이 키운 딸을 억울하게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아버님, 혹시 징후 같은 건 없었나요?” 딸이 한 번씩 팔과 다리에 멍이 들어 있었고, 왜 멍이 든 것이냐 물어보면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혔다는 답을 했다며 “그때 내가 좀 더 살폈더라면…” 끝내 말을 잊지 못하셨다.      


쯔양과 고 이효정 양은 폭력 사실을 알리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교제 과정에서 신분 등 사소한 정보까지 모두 노출된 상황에서 폭력 사실을 알릴 경우, 보복과 가족 등에게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폭력을 행사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해자의 언행으로 사랑과 폭력을 혼돈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 쯔양도 폭행과 갈취, 가스라이팅과 협박이 뒤섞인 교제폭력을 당했다.       


“그거(불법 촬영물)를 이제 유포하겠다고 이제 헤어지지 못하게 협박했었고, 그 뒤로 되게 엄청 많이 맞고. 저에 대한 일이 조금이라도 나쁘게 나가는 게 너무 수치스러워서 이제 더 이상 약간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기를 바라서…” - 유튜버 쯔양     


교제폭력은 단 한 번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 이효정양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11건의 폭행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합의를 통해 수사가 종결되었다. 쯔양도 4년에 걸친 폭력을 견뎌야 했다. 교제 폭력을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다. 틀렸다. 죽어야 끝나는 게 아니라 죽기 전에 막아야 한다.      


교제폭력은 사실 법적 용어가 아니다. 지난 1일, 대검은 "'데이트폭력' 또는 '연인관계 폭력'이라는 표현은 공권력이 개입해 처벌해야 할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연인관계의 불미스러운 일로 가볍게 비칠 우려가 있다"며 '교제폭력'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했을 뿐 여전히 교제폭력은 법 조항 어디에도 없다. 명칭이 없으니 정책과 법안도 없다.       


가정폭력 처벌법이나 스토킹 처벌법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강제분리 등의 내용이 담긴 교제폭력 법은 8년째 표류 중이다. 토론경남 녹화를 마친 뒤, 고 이효정 양의 어머님은 교제폭력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러 가신다고 했다. “사실 저희가 이렇게 한다고 효정이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내 딸이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막을 수 있으면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딸이 교제폭력을 당하고 있습니다.” 절절한 호소가 극한 대치로 개원식마저 불발된 22대 국회에 잘 닿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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