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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Apr 01. 2020

코로나 집콕 육아. 엄마의 감정조절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를 읽고


두 달째 아이 둘 가정보육 중,
친구들이 묻는다. 힘들지?


사실 예전의 나였으면 이미 무너졌을텐데...
지금은 힘들지만 나름의 행복들을 일상 틈틈이 찾아내며
소소한 행복들을 만끽하고 있다.
아이들과 뒹굴고 놀기, 틈틈이 독서, 요리.

그런데
어제, 나는 결국 감정이 폭발했다.
그러니깐 지금 이 글은 반성문인 동시에 독서기록이다.

레고, 블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5살 첫째 딸.
그리고 누나 껌딱지인 3일 뒤 첫 생일을 맞이하는 둘째.

쌓으며 만드는 자와 만지고 부숴버리는 자.
쫓고 쫓기는 자.
화내고 우는 자의 반복.

밤에 엄마와 함께 잠들어야 한다는 첫째와 엄마가 업어서 재우라는 둘째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다가  둘째가 울다가 토하고 그 와중에도 징징하는 첫째를 심하게 다그치고 나서 난 처절하게 무너졌다.
아기띠를 맨 채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며 내 마음은 쏟아지는 별과 같았다.

아침이면 서로 좋아서 난리난리 거리며 포동포동한 두 볼이 섞여서 뒹구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행복한 기분이 들다가도
곧 일상으로 들어가면 무한반복이다.
코로나 유행어 확 찐자. 살 천지에 이어 돌 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밥. 밥.
첫째 밥, 둘째 이유식 만들고 먹이고 결국 나는 싱크대에 서서 허겁지겁 먹는다.
배를 채우기 위해 먹어치운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힘들다고 생각하기엔 이미 익숙한 일과들이다. 그리고 내 배는 홀쭉할지라도 아이들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고 나면 마음이 부르다.

무엇보다 요즘은 새벽에 가지는 나만의 시간도 있기에
버틸만하다. 아니 심지어 행복하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날에는 이중 삼중으로 나는 무너진다. 훅훅 털 어보지만 이내 곱씹고 있다.
왜 그랬을 까.

며칠 전에 읽은 책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에서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다스릴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마음의 영역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정신 과정을
'고위 정신 과정'과 '하위 정신 과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고위 정신 과정은 우리 뇌의 전두엽을 사용하는 사고 과정이다. 전두엽 덕분에 인간은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다. 이 영역을 통해 우리는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사고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추론하고 행동의 결과까지 고려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정신 과정은 두려움이나 격노 같은 강렬한 정서를 경험하면서 충동적으로 전개된다. 자기 상태를 탐색하거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며. 어떤 행동이건 자꾸 되풀이하게 만든다 이때는 뇌의 전두엽 피질이 아니라 그 아랫부분이 관여한다.
그러면서 고위 정신 과정은 사고에 관여하지 못하게 폐쇄된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부모는 아이에게 부모다운 대화나 소통을 하기 어렵다.
하위 정신 과정은 사소한 단서에 의해 쉽게 발화되어 급속하게 그 과정에 빠져드는 특성이 있다.
마치 수도관을 따라 흐르듯, 일단 관 속으로 들어간 물은 그 라인을 다 통과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일종의 폐쇄 체계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사소한 단서란, 엄마의 내적 불행, 심리적 불안, 강박관념 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엄마가 자신을 자각하고 스스로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만나고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엄마의 감정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오르락내리락.
 책에서 심리치료사인 작가가 표현한 수도관을 따라 흐르듯 나의 감정이 흘러내려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인간은 다른 하등동물과 달리 이 전두엽을 사용하여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데,
어제 나의 전두엽은 잠들어 있었던 것일까.
자책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그래도 혼자서 장하게 아이들과 잘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위로해본다.
하위 사고 과정으로 가버리면 고위 사고 과정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폐쇄한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이 책을 읽고 사고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에 첫째를 다그치기는 했지만 이성을 잃고 소리 지르지는 않았다.(소심한 자기변명) 그런데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화낼 때는 도깨비 같다고 한다.
하위 사고 과정으로 가버리기 전에 나는 하등동물이 아니 다를 속으로 되뇐다.
(너무 비장해서 웃기기도 하는데 나름 진지하다.)

나의 평온한 일상을 다시 생각해보며
집콕 육아를 현명하게 잘 보내기 위한 엄마의 일상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아야겠다.

힘에 부칠 때의 나를 위해서,

혹은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위해서.


기대하는 마음 가지지 않기
(주체성 가지기)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두려움과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의 삶을 너무 타인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공이란, 평화로운 상태에 놓이는 것. 평화로운 상태를 얻으려면 주체의 삶을 회복하고 타인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 당신은 타인의 반응보다는 자기 자신의 반응을 더 깊이 살펴야 한다.'
장황하게 설명하였는데
남편이 또는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은 나를 약하게 할 뿐이다.
나의 마음, 태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
나에게 그럴 충분한 힘이 있다.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 스스로를 신뢰하기.


루틴 정해놓기
작은 성취들을 이루기


나의 일상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종의 패턴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삶은 작은 일상들의 반복이니까.
월요일은 몽롱하고 수요일이 주로 화가 많이 나며
하루 중 3시가 가장 고비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업맘이지만 직장생활과 비슷하다.
그래서 오후 4시에 청소시간을 가지기.
일과 중 작은 성취 하나를 넣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타이탄들이 아침마다 이불 정리하는 것처럼 오후의 일상에 나만의 이벤트 넣기.
그냥 청소 말고.
아이들 동요 말고.
내가 좋아하는 신나는 노래 틀어놓고 엉덩이 흔들어가며 신나게 춤을 추면서 청소하기.

그러다 보면 옆에서 둘이 같이 엉덩이 흔들고 있다.


무기력 해질 땐
환기시키고 몸을 움직이기


뇌와 몸에 산소 공급하기.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들이 모의고사나 수능을 볼 때
쉬는 시간마다 창문 열고 산소를 마시라고 했다. 그것도 아니면 화분으로 달려가 코 박고 산소를 마시라며 뇌에 산소를 공급해주라며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농담인지 효과가 있었다는 아이가 있었다.
무기력할 땐 몸을 움직여 활력 넣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굴리면 이내 무기력해진다.
생각과 행동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래서 아주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움직이기.
우선 창문 열기부터.
어떨 때는 미세먼지보다 집안의 이산화탄소, 무기력 탄소가 더 무섭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늘 시작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완벽하려는 마음 버리기


잘하려고 하기보다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모화 만사성.
내가 행복한 것이 가정의 행복이다라는 마음으로 집안이 다소 어질러져 있더라도
아이의 반찬을 김과 계란으로 때우더라도
피곤할 때에는 내 몸부터 챙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영어 노출은, 한글 공부는. 이런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일단 마음의 여유부터 챙기고.
결국은 잘하는 것보다 함께 행복한 게 나으니깐.
마음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기.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이것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남편은 7시 20분에 출근하여 12시간이 지난 뒤 퇴근한다.
(주말부부 폭탄 독박 육아맘들 진심 존경ㅠㅠ토닥토닥)
그런데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마음이 좋지 않아 간절히 필요한 순간이 꼭 있다.
그럴 때는 둘째가 낮잠 잘 때 첫째는 낮잠을 자지 않기에
영상을 허락한다.
나는 옆에서 책을 읽거나 10분이라도 쪽잠을 잔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날에는 저녁에 남편 퇴근 후 부탁하고선
과감하게 방에 들어가서 잠시라도 쉰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분명 내 몸이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엄마만의 꿈 만들기


삶의 활력을 위해선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엄마의 역할에 가두고서 보면
시간도 없고 여건도 안되고 무엇보다 체력이 안된다.
크기가 작든, 크든 중요하지 않다.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작게라도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만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큰 힘이 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고 이루고 난 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좋다.
사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그냥 지금은 그런 과정 자체가 행복하다. 책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기록하고.
지금 현재를 살되 일상에서 아이들의 행복의 몫만큼 나의 몫도 어느 정도 챙길 필요가 있는 건 같다.
아이들을 나의 부분집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나의 행복 또한 아이들의 부분집합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결국 아이들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니깐.

엄마라는 역할에서 더 이상 숨지 않고 일상 틈틈이 나의 행복도 누릴 것.


일단 아침에는

내가 사랑하는 커피 한잔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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