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늘 '성실과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고 20살 이후로는 취직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다. 이따금 장학금도 받아가면서 참 애쓰며 살아왔다. 취직해서는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퇴근 후 자기 계발과 교재 연구하느라 내 방은 늘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할지도 모르는 작은 내 세상은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갔다.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도 여유도 없었으니. 어쩌면 걱정이 많아서, 욕심이 많아서, 성격이 급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내 삶에 애착이 많아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야 모든 것들을 멈추었고 그제야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었다. 나를 제대로 응시하는 일이 너무 어색해서 방황하다가 겨우내 적응해가는 중이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들을 발견하고 또 이해해가며... 그동안 참 애썼다 이제 몸도 마음도 여유 있게 살자고 내 마음 어루만져주면 참 좋을 법도 한데... 난 여전히 바쁘다. 몸도 마음도. 방향도 모른 채 끊임없이 노를 저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따금 정신 차리면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 나 홀로 표류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해결책이 따라오길 바라면서.
모든 것이 내가 스스로 만족하려고 하는 일들이지만 가끔은 회의감도 든다. 내 인생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나를 몰아붙이는가. 명확한 방향도 없는 나만의 항해는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냥 편하게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되지...
그런데 또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보면 뿌듯함과 아쉬움은 언제나 비슷한 비율로 마음 한편씩 자리 잡고 있다. 아쉬운 점은 미래를 생각하느라 그날그날 단 하루밖에 단 한번밖에 없던 그 순간들을 마음껏 만끽하며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듯한 건 그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나란 존재는 누가 뭐라 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내 삶에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아쉬움과 뿌듯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다 보면 마음의 균형이 자주 기울어지는 것 같다. 양팔에 달린 마음의 추가 늘 같은 무게로 존재하면 좋으련만 매번 시소를 타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음도 기분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어느 날은 이랬다가 어느 날은 저랬다가...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미래를 바라보게 되고 타인의 삶을 힐끗힐끗 엿보는 것은 모두 나 스스로의 불안을 다스리지 못해서이겠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란, 아니 애초에 내가 불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쨌든 현재 삶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마음이 단단하다면 참 좋을 텐데. 아직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가까스로 토닥여본다. 어차피 삶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테니까.
일상을 소중히 샅샅이 만끽하는 것 같다가도 이따금 나의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서 머리를 삐죽 내밀고 나를 이끌어내면 또다시 일상에서 손을 털고 일어나 sns도 뒤적뒤적해보고 멍하니 앉아 머릿속에 숨겨둔 잡생각들을 슬그머니 하나씩 꺼내보기도 한다. 그러면 진작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 생각했던 생각들이 가장 먼저 나를 들쑤신다.
육아를 하는 5년간 결핍된 내 감정들의 실체들을 찾으려고 부단히 도 애써왔다. 책에서 만나는 위대한 사람들의 말대로 모든 걸 내려놓고서는 현실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보기도 하고, 내 마음과 비슷한 구절이라도 있으면 해당하는 책도 읽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해보면서 그래 그거지, 그게 정답이지 해놓고도 뒤돌아서면 언제나 제자리... 애초에 정답 없는 문제지를 들여다보며 애쓰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결국, 결론이 없는 생각들인데, 그래도 스스로 결론을 내리자면 그냥 이런 나도, 저런 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이니, 그 어떤 '나' 라도 나 만큼은 스스로 보듬어주고 토닥토닥 쓰담쓰담 안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부단히 애쓰고 있는 나 늘 1프로 부족한 것 같은 나 꾸준하지 못한 나 때로는 기세 등등하게 질주하는 나 질주하다가 넘어져 울고 있는 나 몸도 마음도 바쁘게 살아가는 나
그 모든 나라는 존재를 나만큼은 등한시하지 말고 나만큼은 나를 응원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나를 판단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줄 것.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나의 마음이 담겨있고 모든 것들이 내 삶에 발자취가 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