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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 Oct 24. 2024

Ep.04 대학 입학 후, 꿈에 그리던 생활?

나를 조각하자

'대학은 공부하려고 가는 거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고등학교 때, 밥을 먹고 난 뒤면 친구와 운동장을 같이 돌았다. 운동 겸 산책 겸 몇 바퀴 돌며 이야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대학에 가서 뭐 할 거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대학은 공부하려고 가는 거지”라고 대답했고, 친구가 기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이런 말이 무색하게도, 대학교 1학년의 나는 보상 심리에 이끌려 움직이고 있었다. 축제도 열심히 다니고, 술도 많이 먹고, 농구 동아리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수업도 빼먹고, 과제도 재끼면서 살았다. 그 와중에도 공부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해서, 몇몇 과목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아 평균 학점 3.28로 그럭저럭 한 학기를 보냈다.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라 2학기 때부터는 다시 적성을 찾아보려 했다. 공부만 하는 듯하는 물리학과의 다른 사람들을 보며, 이 길로 가면 평생 저렇게 살 것 같은데 이게 맞나? 하는 의문도 들었고, 저 정도로 열심히 할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때는 그렇게 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안 해본 것들 중에 재미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2학기 때, 호기로운 마음으로 경제학회와 밴드부에 들어갔다. 통학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시간이 없어 기숙사에 들어갈 정도로, 고등학교 때에도 안 새던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왜 붙었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는 경제학회의 수준은 교양 서적 몇 권 읽은 나에게는 너무 높은 벽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밴드부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저것 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긴 했는데, 고2 겨울방학 때처럼 한 가지에 각 잡고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경제학회에서 해석학 스터디를 할 때, 두 달의 방학을 해석학에 집중한 것 정도. 그 외에는 몰입의 시간이 짧거나 여러 과목에 분산되어 있었다. 순간순간 이해도가 오르고 시험 점수를 챙기고 하는 정도의 성취는 얻을 수 있었지만, 공부에서 내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험은 할 수 없었다. 다만 밴드부에서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하며 연주하기 힘든 부분을 계속 반복하며 잘 안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다 보니 기타 실력이 한 단계 뛴 것을 느끼긴 했다. 그런데 이것도 기타를 안 친지 오래되어서 지금 그때 쳤던 것을 쳐 보라 하면 못 칠 것 같다. 


 이렇게 일이든 공부든 그때그때 쳐내는 방식으로 살아왔고, 학기가 끝난 후 방학 때는 소강 상태가 되어 늘어져 있다가 학기 중에 배운 많은 것들을 잃고 다시 시작하곤 했다. 분명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나에게 학년은 쌓여도 공부는 쌓이지 않았고, 공허한 마음을 안고 방학을 보내고 나면, 바쁘고 정신없이 학기가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마음이 지쳐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인정받지 못했고, 다른 사람의 인정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잘했다는 느낌이 나에게 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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