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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매니저Y Mar 06. 2022

아들은 엄마에게 관심이 없지만 엄마는 아들을 공부한다

아들 공부_Prologue

호기롭게 시작했던 육아는 계획에 없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들 딸 구별 없이 한 명만 낳아 기르며, 희생적인 삶이 아닌 나를 중심에 놓고 살겠다던 여자는 두 번의 출산만으로 어쩌다 아들만 셋 엄마가 되었다. 앞집 엄마, 옆 집 엄마에게는 당연한 엄마 자신은 사라지고 없는 엄마 노릇이 내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당당한 척했지만 애써야 하는 그 당연함이 나는 너무 힘들기만 했고, "나는 왜?"라는 질문에 자책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


왜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했을까?




내 아이는 나와는 다르게 키우고 싶었다.

내 어린 시절의 '나의 엄마'와 정반대로 키우면 될 줄 알았다.

'나의 엄마'는 전업주부였다. 나는 워킹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엄마'는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가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했다. 나는 둘째 며느리다.

'나의 엄마'는 가족을 위해 희생적인 선택을 반복했다. 나는 나도 행복한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엄마'는 공부에 대한 집착이 컸다. 나는 공부, 대학이 목표인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세 아이 모두 돌 전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고 일을 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간직한 채,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다. 가족을 위한 챙김을 가장한 희생적인 사랑은 지양한다. 앞서 나가기 위한 공부보다 기초학력 수준의 학습량 그리고 기대치를 갖게 하는 필요 이상의 교육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여 년 전의 엄마가 되어보니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른 것 같지가 않다. 정 반대의 태도를 취하면 정말 좋은 엄마, 나의 엄마와 다른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자만이고 착각이었다. '나의 엄마'는 내가 원하고, 정작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나를 몰라주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다. 그래서 벽을 쌓았고, 관계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어른이 된 그 소녀는 아들 셋의 엄마가 되었다.


내 아이를 제대로 알아야만 해.

내 아이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나의 엄마가 부족했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최선 안에서도 자식인 나를 알 수 없었을 뿐이다. 엄마도 같은 성별의 딸을 알아차리지 못해 수십 년 마음의 벽 너머에 각자 살았는데, 그 딸이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0여 년 그렇게 각자 살아왔던 나와 엄마는 불과 몇 달 전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서로를 마주했다.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린 그날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는 펑펑 우셨다.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독립적이고 차가운 아이라 서운하기만 했어"


큰 아이가 엄마의 단순 돌봄이 필요한 나이를 벗어나자 본격적으로 아이에 대한 알아차림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깨닫기도 전에 아이는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을 마주하자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무섭고 두려웠다. 내가 느꼈던 똑같은 외로움과 답답함을 안고 살아갈 까 봐. 그리고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나의 그것과 닮아갈까 봐. 더 끔찍했던 이유.. 엄마에 대한 원망이 커질까 두려웠다.엄마의 양육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내가 그토록 버거워하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닮아 있는 내 모습이 너무너무 싫었다.


나와 나의 엄마가 그 오랜 시간 각자의 방에서 외롭게 살았다는 것을 알기에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내 아이들에게 외로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만들어 주기는 더욱더 싫었다. 외로움도 느껴봐야 할 감정이기는 하지만 그 감정에 휩싸여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딸로 자란 내가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세상이 변했고, 나의 경험과 시행착오들에서 비롯된 많은 가치관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엄마는 편안하고 무조건 아이의 편이라는 느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남자로 살아본 경험이 없다.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고, 건강한 관계 맺기와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널 좀 알아야 겠거든?

아들아~

또래 아이에게서 흔히 보이는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란다.

네가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에서 남자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인 거라 생각할게.

믿고 기다리면 너에게 엄마의 마음이 반드시 전달되겠지?

엄마와 아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는 여자이고 아들은 남자"이기 때문이래.

너를 내 자식이라는 이유로 잘 안다고 착각하고 여자의 시점으로만 바라보고 넘겨집지 않을게.

남자로 커가는 너의 모습을 인정하고 바라볼게.



아. 들. 공. 부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남자로 성장하기 위해 엄마가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귀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엄마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엄마의 생존 매뉴얼이다.

아들 키우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아들 키우기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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