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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매니저Y Oct 11. 2022

2X7=14 , thanks for -1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수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남편이 말했다. 

드디어 야구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아들 야구하는 것을 보는 날 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지원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백업 포수인지라 가끔 불시에 경기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느새 목이 많이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팀의 안방마님으로 매 경기 출전을 하게 되니 남편도 나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며 들떠있다. 

그와 동시에 긴장감과 부담감을 함께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실이다. 


2022.10.08 더블헤더 경기


더블헤더? 원래는 철도 용어로, 기관차가 2개 붙어 있는 열차를 의미한다. 

야구 용어로는 하루에 같은 상대와 함께 같은 구장에서 2경기를 하는 것을 뜻한다. 


야구의 특성상 선발투수만 바뀌면 야수의 1경기당 체력 부담은 포수를 제외하면 적은 편이고, 시간만 있다면 하루에 2경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야구만 가능한 경기 운영방식이다. 


포수를 제외하면 체력소모가 적지만, 내 아들은 포수다.

한 경기 7이닝 중학교 경기에서 더블헤더의 경우 총 14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야구소년의 시즌이 시작하고 처음 있었던 더블헤더 경기, 포수 엄마는 경기 사이 짧은 휴식시간에 먹을 체력 보충제를 챙겨 보낸다. 


투수님들아~ 제구 좀 잘해주세요.

제발 공좀 패대기치지 마요.

포수님 무릎 나가요.


14이닝은 너무해!!!

그런데 한 이닝을 남겨두고 교체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Thanks for -1


이날 경기에서 투수님이 땅에 내리꽂는 공이 정말 많았다. 수십 번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 야구소년의 체력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정강이에 공을 맞고는 아파한다. 

경기장에서는 절대 드러낼 수 없는 엄마의 속마음.

아~~ 저 투수님 오늘 정말 밉다. 

그리고 상대팀 포수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야구소년 오늘도 배움 하나 올라갔으려나? 


포수 아들을 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속상한 포인트가 있다. 

특수 포지션이라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지 않냐? / 틈새시장이라 유리하지 않냐? / 일찍부터 경기에 투입돼서 좋지 않냐? 등의 애 먼 소리들을 한다. 


운동선수 부모로서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생기기 전이었던 나는 아이의 훈련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공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코치님이 정면으로 던져주는 수백 개의 야구공을 받아내는 훈련 과정을 보았다면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거다. 남편도 차마 보지 못해 등을 돌렸다고 했다. 


창영초등학교 포수 훈련시절

뜨거운 여름날 포수 아들은 긴 양말, 바지, 포수장비에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한다.

공수교대 시에 그 장비들을 벗었다 입었다 6~7번은 반복해야 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데 어찌 그걸 입고 뛰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투수는 팀 자체에서 관리를 받고 대우받는 귀족이라면, 포수는 투수의 공을 잘 받아줘야 하는 노예 같다. 팀이 이기면 투수가 잘해 서고, 팀이 지면 포수가 제 역할을 못해서인듯한 상황이나 해설을 종종 듣는다.


실제로 아이들 경기에서 삼진 3개를 잡고 내려오는 투수에게 코치가 어깨를 두드리는 따뜻한 모습을, 포수 아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체력소모로 인한 속상함을 뒤로하고, 타율, 출루율, 도루, 승률, 평균 자책점, 탈삼진처럼 투수나 다른 야수들과는 달리 포수의 능력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투수가 던지는 공으로 시작하지만, 그전에 포수의 사인이 있어야 하니까.  (나는 포수 엄마라서 그래요...)


아들 투수 안 할래? 이왕 고생하는 거 잘하고 스포트라이트도 제대로 받는 게 좋지 않니?


싫단다. 

투수는 절대 싫단다. 

포수가 좋단다. 

네가 좋다면 나도 좋다. 


그런데 아들??? 코치님이 지적하신 느림의 미학은 이제 졸업하자. 

네 몸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느린 것도 습관이래. 

모래주머니 좀 차 볼까? 


언제나 너의 행복 야구를 응원해



포수는 심릭학자같다.

야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오는 공만 처리하면 된다. 

반면 포수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투수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그것은 종종 포수의 책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18.44m 거리에서 투수가 던지는 강한 공을 받아야 하고, 홈 플레이트로 돌진하는 주자와의 불가피한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양 팀의 선발투수, 불펜, 타자들의 성향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매력적인 건 알겠는데.... 고생한 보람은 있었으면 좋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수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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