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의 시작
야구는 주심의 플레이 볼(Play Ball) 선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축구에서는 킥 오프(Kick Off) , 농구에서는 점프 볼(Jump Ball)로 그 종목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과 다르게 야구의 Play Ball 은 좀 색다르다. 축구는 찬다, 농구는 뛴다는 말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야구는 공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 스포츠라 그런가?.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경기장을 부르는 코트(court 법정), 필드(Field, 전쟁터) 등과는 다르게 경기장을 000 Ball Park라고 많이 부른다.
야구장에서 야구공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맘껏 뛰어놀라고 했더니,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만한 반대의 이유를 찾지 못했을뿐더러, 한번 해보지 못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삶 그리고 많은 것을 경험해보는 삶도 괜찮다 생각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 야구인생의 "Play Ball"을 선언하자 양쪽 부모님들은 대견해하면서도 걱정의 말을 덧붙이셨다.
운동시키려면 돈이 많이 든다던데..
부모 둘 중 하나는 애 쫓아다녀야 할 텐데... 쌍둥이들이 걱정이다.
요즘은 감독이나 선배들한테 맞는 일은 없다더냐?
다치면 큰일이다. 애 잘 관리해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거다. 운동하는 애도 힘들지만 너희도 힘들 거다.
세상이 변했으니 옛날 같지 않다며 걱정 마시라고 큰소리쳤다.
남편과 나는 세 아이, 쌍둥이 육아를 해냈다는 자신감에 무서울 게 없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지도자의 말과 태도, 선수들의 표정이나 훈련 모습을 보기 위해 담장 넘어 훈련 모습을 살폈다.
AND 여러 이야기.
학교도 선택했고, 등번호 정하고 유니폼 제작도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서울에 사시는 형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의아했다.
"동서~ 00이 야구해? 지금 TV에서 00 인터뷰 나오는데?"
"인터뷰요? 설마 그럴 리가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 아이에게 물으니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 사연이 채택되어 참여했었던 프로야구 선수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어느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자진해서 손을 들었는데 깜빡 잊고 있었단다.
SK 선수였던 김광현 선수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었으며, 아이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었다.
너 쫌 어이없다!
그런데 너 쫌 멋있다!
아이가 인터뷰 예기를 잊어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우상이기도 했던 선수와 밥도 먹고 저렇게 사진도 찍히는 멋진 날이었는데 , '글러브 잃어버려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난 날'로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안하다 아들!!!
2017년, 12월 28일 "플레이볼"을 외쳤다.
아이에게 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길 중간중간, 하지만 어디 있을지 모를 유턴 차선을 지나치지 않기 위함이다.
꽃길만 걸을 수는 없을 거야.
엄마, 아빠는 아침저녁 라이딩이 어려울 수 있어.
(현재,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와 전철로 1시간 거리, 차로 30분).
엄마, 아빠에게는 너 말고도 키워야 할 아이들이 둘이나 더 있단다.
운동만 잘한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야.
너의 꿈을 응원해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해.
*** 언제든지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둬도 괜찮아.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쉽게 Play Ball을 선언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면서..
어느덧 5년 차 운동선수 부모로 살고 있다.
아이는 예선전을 잘 치러냈고 잠시 휴식을 마치고 이제 시동을 걸 준비중이다.
본 게임은 아직 멀었다.
너의 행복 야구를 언제나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