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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May 12. 2024

박사를 하는 마음가짐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대학교를 졸업하면 크게 대학원에 들어가 연구를 배우는 것과 기업에 들어가 실무를 수행하는 것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대학원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가 학계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학계에 적을 두어 연구를 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원하는 기업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대학원에 들어온 것이니 이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는 학문을 맛본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을 해볼 영역이다.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각 전공의 교과목은 어떤 학자가 개척한 것이다. 2024년에 꽤나 핫한 인공지능이나 반도체와 같은 상품도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이제는 대학원에서나 배우는 심화 전공/이론이 아니라 학부생부터 배울 수 있는 어엿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즉, 연구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창의 활동이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효율적이지 않음에도 '창의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왔을 정도로 본인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를 학생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연구'인 것이다. 많은 똑똑한 이들이 이러한 연구가 주는 매력에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대학 교수 혹은 정출연에 들어간다.

사냥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알타미라 동굴 벽화

 연구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나는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연구 그 자체는 아니다. 연구는 앞서 말했듯이, 창의적인 활동이다. 창의성은 물음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 예술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 자들이 예술의 흐름을 바꿨고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겼다. 이처럼 모든 창의적인 활동은 물음이라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문제 인식으로 시작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문제 해결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은 일반적으로 경영/전략 분야에서 많이 다뤄지는 역량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총 5 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문제를 찾아(Identify)내 정의(Define)하고, 탐색(Explore)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수행(Action)한다. 그리고 이를 돌아보며(Look back) 결과를 탐색하고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낸다. 일련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문제 해결 능력은 창조적,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요한다. 이는 리더십과 같은 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업과 시험 가지고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없다. 왜냐하면 문제 해결 능력의 시작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 문제를 주어진 해결 방법으로 잘 해결하는 시험이라는 평가 방식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없다.

 나는 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게 나의 지상 과제라고 여겼고 공과 대학을 졸업한 내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가장 적합한 활동이 연구라고 판단했다. 문제 해결 능력에서 이야기하는 인식, 정의, 탐색, 수행, 정리는 연구 활동과 완벽하게 동일하다. 연구도 이전에 연구된 사전 연구들을 읽으면서, '이러한 영역에서 한계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잘(그리고 임팩트 있게) 해결하기 위해 정의해야 한다. 임팩트 있는 연구라 함은 타깃 하는 문제를 깔끔하게/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잘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론과 사전 연구들을 탐색한다. 이들을 바탕으로 여러 실험들을 수행해 본인의 방법론/혹은 문제 정의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증명된 결과는 논문이라는 매체로 포장되어 전 세계 많은 동료 연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이처럼 문제 해결 능력과 연구는 합이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뭐 할 건데?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부터 가장 많은 받는 질문이다. 대학원이라는 과정이 교육 기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타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는다. CV에도 Education과 Professional Activity는 따로 기재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교수, 정출연, 취업 등과 같은 직업 자체가 대학원생의 목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물론, 어떤 선택도 존중받고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원은 내게 충분히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소프트 스킬과 나의 생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하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은 비단 학계나 산업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그 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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