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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돼지 May 03. 2020

외국인들이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묻는 이유

영국엔 탈북자가 많아요

영국 생활 초기에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 아니면 북한?(South or North)"하고 묻는 외국인들이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먹을 식량도 없을 만큼 가난한데,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영국까지 온다고 생각을 할까.


영국에는 실제로 많은 북한 출신 한국인들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영국 한인타운 뉴몰든 근교에는 약 2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그중 약 600명이 북한 출신이라고 한다. 이는 유럽 내에서 가장 큰 북한인 그룹이라고 한다.


According to different sources, as of 2014 there were about 10,000 ethnic Koreans in New Maldenproper, and as of the same year the Korean population in the area around New Malden is around 20,000, including about 600 originating from North Korea, giving it the largest group ofNorth Koreans in Europe.

출처 : https://en.m.wikipedia.org/wiki/New_Malden


실제로 나는 뉴몰든에 거주할 때, 탈북자들을 만나보았다. 탈북자 아저씨가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도 했고, 탈북자 싱글맘과 같은 집에 살기도 했다. 탈북자가 영국에 오면, 난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영국에서 복지혜택을 꽤 주는 듯했다. 뉴몰든 자체가 크지 않은 타운이라, 오가며 탈북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북미에는 북한대사관이 없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유럽에는 골고루 분포해 있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과 같이 런던에도 북한대사관이 있다. 영국과 북한은 외교적으로 사이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북한 대사관이 영국에 있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영국에 산다는 것이다. 내가 만났던 스페인인은 실제로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었더니 북한에서 왔다고 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실제로 북한 출신 한국인을 볼 일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밖 북한 출신 한국인들의 존재에 대해 굉장히 무지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남한 중에 어느 나라가 외국인에게 더 인지도가 있을까?

 

개인마다 대답이 다를 순 있겠지만, 나는 북한이 더 잘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근래 영화 기생충, 가수 BTS,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대처한 국가로 대한민국이 위상을 누려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시아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 중에 김정은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생충, BTS는 젊은 층이나 문화에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정은은 트럼프급으로 유명인사다. 며칠 전 김정은 사망설이 돌았을 때, 전 세계 미디어가 관심을 주는 것을 보니 보통 유명인사가 아니다.

북한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습정치, 독재,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특이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고, 군사적으로 미국의 공공의 적이다 보니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어느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뉴스에서 남한보다 북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의 경우에 한국에서 왔다는 사람에게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물어볼 수 정도는 있지 않을까.



많은 북한 사람들이 해외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있기는 있다. 단순히 확률적으로 남한 사람이 해외에 더 많기 때문에 북한에서 왔는지 묻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것도 이상하다. 그들에겐  동아시아인들에게 물으면 많은 수가 중국에서 왔다고 할 텐데 그냥 중국인으로 가정하면 간편하지 뭐하러 묻나.

외국인들이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물었다고, 무식하다고 화를 내는 게 먼저가 아니라 북한 출신 사람들도 해외 어디선가 살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

나는 요즘 출신 국가를 묻는 대답에 싸우쓰 코리아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해외사이트를 이용하면 국적 선택에 '대한 민주주의 공화국(Korea, Republic of)'나 '남한(Korea, South)'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을 선택해야 된다. '코리아(Korea)'이란 보기는 없다.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사고로 모든 것을 보는 태도는 좋기는 하지만, '코리아(Korea)'라고 대답하고 '싸우쓰(South)'인지 '노스(North)'인지 묻는 상대에게 화내는 건 자기중심적인 것 같다. 화낼 일이 아닌 거엔 화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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