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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돼지 May 17. 2020

동거하니 좋은 점들

단점들도 극복해야 같이 산다

일주일에 몇 번 만나 데이트를 하다가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다 보면 모든 것이 새롭다. 살 집을 구하고, 재정적인 부담을 나누고, 집안일을 함께  하고, 더러워 보일 수 있는 생리현상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 동거를 해보니 수년 동안 장기 연애한 커플들이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정서상 동거를 쉽게 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된다면 나는 연인 사이에 동거를 추천하고 싶다.



1. 집안일 분배가 잘 되는지

집안일이 어느 정도 공평하게 부담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커플 간의 관계는 어차피 당사자 둘 만의 일이라 한 사람이 좀 더 집안일을 더 하더라도 불만이 없다면 괜찮다. 같이 살면서 그 분배점이 두 사람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형성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결혼을 이미 했는데 내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해서  불만이 있다고 이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동거를 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집안일 분배가 되지 않으면, 동거를 그만하기는 이혼보다야 상대적으로 쉽다.

우리는 동거 초반에는 자취 경력이 더 있는 내가 집안일을 좀 더 했지만, 지금은 남자 친구도 많이 늘어서 나보다 부지런한 남자 친구가 집안일을 더 하는 편이다.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은 더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먼저 청소를 한다. 집 청소는 같이 하고,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은 남자 친구가 전담으로 해준다.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남자 친구가 주로 장을 봐준다. 각자 조율해서 집안일 분배가 어느 정도 되는지 보면 앞으로 장기적으로 같이 살 수 있을지가 보인다.


2. 화가 나게 되는 일들

동거 전에는 서로 화를 낼 일이 없었다.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내가 늦으면 남자 친구가 화를 안 내는 정도였다. 내가 메시지에 답장이 없어도, 잘 자란 인사 없이 그냥 잠들어도 남자 친구는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같이 살면서 같이 할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돼 이케아에서 사 온  텔레비전 스탠드를 조립을 하게 됐다. 나무판은 크고 무거운데, 조립 방법을 몰라서 판을 끼고 빼고를 반복하다 보니 짜증이 났다. 조립이 잘 되지 않자 남자 친구에게 짜증을 었고, 남자 친구도 신경질을 냈다. 사귄 지 약 일 년 만에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동거 후에 종종 비슷한 상황으로 짜증 내하는 남자 친구를 보았다. 왜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싸우는지 이해가 된다.

데이트 상대라는 역할을 지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을 하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안게 될 때, 갈등을 갖기가 더 쉽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서로 어떻게 이겨나가고, 그런 갈등들이 있음에도 이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지를 확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서로가 힘들 때 힘이 돼 줄 수 있는지

가끔 만나 데이트할 때는 내가 힘들거나 우울하더라도 감정을 숨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같이 살면 내 감정은 100% 드러난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상황이 터지면 커플 중 하나는 우울해질 수 있다. 우리 중에서는 우울해진 사람이 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 해고가 되어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올해 1월 말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금전적으로도 쉽지 않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남자 친구는 지속적으로 말로써 응원을 해주고, 편지를 써주는 등 기분을 좋아지게 해 주었다. 근래에는 내가 의욕 없이 누워만 있으니, 나를 끌고 산책을 나가게 하고, 무언가를 하게 만들었다. 금전적으로도 생활비와 렌트비를 분담해주고 있다. 나의 이직으로 드는 비자 비용의 반인 약 400만 원 정도(약 2500파운드)를 대주기로 하였다. 심리적으로 지지해주거나 금전적으로 도움 주는 것 모두 쉽지 않았겠지만 남자 친구는 그렇게 해주었다. 나도 남자 친구가 술, 게임을 끊고 싶어 하는데 잘 되지 않아 괴로워할 때 위로와 상담을 해주었고 남자 친구도 고마워한다. 서로 힘들 때 힘이 돼 주는 관계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앞으로 긴 세월을 함께 할 때 생기는 문제를 이겨가기가 수월할 것이다.



사귀면서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다. 동거를 하면 서로 본성을 더 보게 되므로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이 맞을까?'라는 물음에 '맞다' 혹은 '아니다'라는 답을 얻기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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