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참 외항사 준비를 할 때는 외항사 공채가 거의 없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연습을 했다. 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다니던 외항사 승무원 학원에서 에어아시아 X에서 공채가 뜬 것이다. 학원에서 항공사 대행으로 채용을 하였기 때문에 학원생들에게 좀 더 유리한 기회였다.(학원에 다니면 장점은 학원에서 항공사 공채가 뜨면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 있다) 이 항공사는 그루밍에 엄청 신경 쓴다고 승무원 지망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있었다. 진한 스모키 화장에 핫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나. 실제 항공사 유니폼을 보면 빨간색에 타이트해서 정말 불편해 보이기 짝이 없다.
어찌 됐건 이 공채는 가뭄 속에서의 단비였다. 외항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내 항공사와 달리 증명사진뿐만 아니라 전신사진을 규격에 맞게 내야 한다. 여기에 배경색과 사진 찍을 때 포즈 같은 것을 사전에 명시해준다. 에어아시아 X에서는 포즈에 딱히 제한이 없었던 것 같다. 외항사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똑같은 모나미 룩으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찍으면 되어서 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면접을 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똑같이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렇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채용이 취소가 된 것이다. 외항사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렇게 면접조차 보지 못하고 취소가 되었다니 절망적이었다. 가뭄 속의 단비가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안타깝지만 이 항공사는 나와 인연이 없던 걸로 생각하며, 실제로 불합격하게 되거나 이렇게 채용이 취소가 되면 스스로 최면을 걸게 되는데 이게 내 자신감도 떨어트리지 않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다음에 올 기회를 기다리면서 또다시 나의 평범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역시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고, 저가항공사의 공채가 줄줄이 연속으로 나기 시작했다.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였다. 처음부터 메이저 항공사에 들어가면 좋지만 그건 나의 욕심이었다. 그저 저가항공사 공채라도 나에게 오는 기회를 준다면 반드시 잡아야 했다.
카타르항공, 에미레이츠, 에티하드는 유명한 대형 항공사인데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항공사였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를 지원하든지 그 회사에 대한 내용은 알고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면접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기본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항공사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과연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는 어느 나라 있고 어떤 나라로 비행을 하고 있으며 승무원의 복지는 어떤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말 인생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나와 인연이 있는 항공사는 어디일까. 나는 어디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인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젯스타와 에어아라비아 CV와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