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눌리에 May 31. 2021

#1. 프랑스에 도착하니 나의 60%가 사라졌다.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살이 이야기

  과연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것 중에 친구, 가족, 사회를 제외하면 몇 퍼센트가 남을까? 20대 초반의 나는 ‘나 자신’보다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는 ‘나’를 이루는 ‘나 자신’은 40%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고 내가 어떨 때 화가 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알지 못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프랑스’라는 곳에서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순식간에 ‘나’를 구성하는 60%가 사라졌고 나는 사라진 60%를 대신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사실 그동안 스스로가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가 되는 상황에 놓이니 내가 그간 얼마나 타인을 의지했는지 알게 되었다. 대학교에서는 어떤 수업을 들을지 동기들과 의논했고 쇼핑을 하러 가면 분홍색을 살지 검은색을 살지 친구들과 함께 고민했다.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새로운 소파는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엄마, 아빠와 이야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도시에서 살지, 어디로 여행 갈지,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다 나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유럽에서의 일 년은 비어버린 나의 60%를 조금씩 ‘나’로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