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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07. 2019

남자친구를 이해해주면 끌려다니게 된다?


K양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바로님께서는 말을 잘하시네요. 뭔가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반박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바로님 말씀은 연애를 하며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있을때 막연히 참는게 아니라 나와 상대 모두 모순과 불완전한 존재라는걸 인정하고 상대의 가시에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 상대를 미워하거나 싸울필요도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바닐라로맨스

정확한 정리입니다!!!




K양

무슨 스님같은 말씀이긴하지만... 그래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바로님 말씀대로 상대를 미워하지도 않고 싸울일도 없겠네요. 




바닐라로맨스

스님같은 말이라...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네요... TMI지만 저는 천주교입니다... 하여간 K양의 뉘앙스가... 뭔가 제 말에 반박을 하고 싶으신것 같네요




K양

네, 반박하고 싶어요. 방금하신 바로님의 말은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거든요. 아니 오히려 바로님말대로 하면 현실에서는 얕보이기 쉽고 상대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어요.




바닐라로맨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K양

불만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억지로 참지 않고 상대의 모순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거리를 유지한다는게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어떻게 하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가 이해를 하고 넘기라는 거잖아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처럼 나만 이해하고 넘기면 상대는 고마워하긴 커녕 제가 이해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할거고 상대는 더 멋대로 굴고 저는 그때마다 이해를 하거나 끌려다닐 수 밖에 없잖아요.




바닐라로맨스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마 제가 설명이 부족해서 K양이 그런 생각을 하게된것 같아요. 지금 K양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경쟁의 관계로 바라보며 어떻게하면 상대를 나에게 맞출것이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보면 당연히 제 조언이 허무해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손해라고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제 조언은 상대를 어떻게 바꿀것이냐가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게 무슨 소용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봐요.




K양이 퍼즐을 맞추다 어떤 빈칸을 채우기위해 비슷해 보이는 퍼즐조각을 집었어요. 그런데 그 퍼즐조각이 그자리에 안맞는 거예요. 이때 상대를 바꾸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하면 맞지도 않는 퍼즐조각을 억지로 빈 자리에 욱여넣으려고 하며 스트레스를 받겠죠.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아... 이자리가 아니구나? 그럼 어디에 놓아야하지?"라며 그 조각에 맞는 자리를 찾거나 "안맞으니 일단 옆에두고 맞는 이 자리에 맞는 조각을 찾아봐야겠다"라며 그 자리에 맞는 조각을 찾을 수도 있고 "아... 겁나 어려워 오늘은 그냥 잘래!"라며 퍼즐을 맞추는걸 잠시 미뤄둘 수도 있어요. 




저는 저도 K양도 합리적인 이성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면 대게는 그 현실에 맞는 여러 방법들이 떠오르게 되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는거죠. 




K양

그러니까 결국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러면 결국 나만 손해보고 끌려다니게 되는거 아니에요? 




바닐라로맨스

아니요. 오히려 반대죠. 현실을 직시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끌려다니지 않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내게 맞추는데에 포커스를 맞추면 상대를 내게 맞출수 있다는걸 전제하게 돼요. 그러니 자꾸만 내게 맞춰지지 않는 상대를 억지로 내게 맞추려고 하며 의미없는 트러블이 발생하게 돼요. 




뿐만아니라 상대가 3자가 들으면 콧웃음도 치지 않을 변명을 늘어 놓아도 막연히 상대를 내게 맞출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뻔히 보이는 것들에 눈을감고 막연히 신용을 해버리고 나중에 후회를 하게되죠.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라 합리화하며 남들이 볼때는 바보같은 짓이지만 자기자신은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기 전에 놓지도 못해요.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데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우리는 상대를 내게 맞추는 것이 아닌 상대와 내가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을 할수 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그리고 상대가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할땐 뻔히 보이는 것을 무시하며 상대를 막연히 신용하기보다 불편하더라도 객관적인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수 있게되죠.




K양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뭔가 알듯 말듯해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세요.




바닐라로맨스

그래요. 예를들어 남자친구가 여사친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아서 신경이 쓰인다고 해보죠. 이때 상대를 내게 맞추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남자친구에게 여사친과 자주 연락을 하는게 나쁜 행동이니 하지 말라고 말을 하게되겠죠. 그러면 남자친구는 남자친구 나름의 논리로 반박을 하며 끝없는 공방끝에 트러블이 점점 커질 거고요. 




그러다가 남자친구가 여사친과 바람을 피운것 같은 정황을 발견했다가 쳐봐요. 그러면 말로는 "거봐! 이럴줄 알았어! 당장 헤어져!"라고 상대를 비난하면서도 남자친구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면 K양은 "혹시 내가 오해한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양가감정을 느끼게되요. 그러다 남자친구의 말을 막연히 신용하기로 하고 상대가 원하는대로 끌려다니기 쉽죠.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데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남자친구의 여사친 문제를 막연히 비난하고 내게 맞춰달라고 하기보다 보다 남자친구의 여사친 문제에 대해 "불안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으니까 더 만나볼까?", "매력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나는 불안을 견디는게 너무 힘드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아직 어떤 판단 내리기엔 좀 빠른가? 조금 더 지켜보자" 등등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할 수 있죠.  




그러다 여사친과 바람을 피운것 같은 정황을 발견하고 남자친구가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현실을 직시하는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은 남자친구의 변명이 진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양가감정을 느끼기보다 자신이 직시한 현실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고 보다 쉽고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내게 맞추것에 집중할 수록 나는 자꾸만 상대에게 끌려다니기 쉽고, 현실을 직시하는데에 집중을 하면 나의 주관을 갖게되고 오히려 상대가 내게 끌려오기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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