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로맨스
K양 잘 지냈어요? 근데... 표정이 뭔가 묘...한데요? 예전보다 차분해보이긴한데... 세상 다 산 사람같은 표정이에요. 무슨일 있어요?
K양
별일 없었어요. 그냥 지난주에 바로님과 대화를 나눈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생각할수록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 바로님의 말들이 맞는것 같으면서도 계속 뭔가 불편한 감정이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듯한 느낌이고요. 머리로는 바로님의 말을 이해한것 같은데 계속 답답하고 왜 나만 맞춰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바닐라로맨스
아... 죄송해요. 괜히 저때문에 머리까지 아프시다니... 하지만 뭔가 오해가 있는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 왜 나만 이해하고 나만 맞춰줘야하느냐고 말씀들을 하세요.
그런데 저는 단한번도 상대에게 맞춰야한다거나 무조건 상대를 이해해줘야한다고 말을 한적이 없어요. 심지어 저는 연애를 위해 상대에게 맞추고 억지로 이해를 해야하는 것을 심각하게 반대해요. 혹시 K양이 제말을 그렇게 이해를 했다면 그건 오해에요. 그리고 절대로 그러지 마세요!!!
K양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까지 제가 남자친구에게 이런 저런 불만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사람은 고쳐야하는 대상이 아니다, 노력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맞춰간다는건 파워게임이다, 화내지 말고 대화를 해라 등등의 말들을 하셨었잖아요.
결국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가 이해하고 참고 살아야한다는 말 아닌가요? 이제와서 상대에게 맞춰야한다고 말씀하신적이 없다뇨. 좀 당황스럽네요.
바닐라로맨스
제가 그동안 사람은 고쳐야하는 대상이 아니고, 맞춰가는것은 불가능하고, 화내지 말고 대화를 하라고 이야기했던건, 그러니 억울해하지말고 K양이 다 맞추고 살아야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모순적이고 결핍이 있고, 자기중심적인 불완전한 인간임을 직시하자는 것일 뿐이에요.
내가 상대와 어떤 트러블의 상황에 놓이면 될 수 있으면 상대가 나에게 맞춰줫으면 좋겠고, 될 수 있으면 변하기 싫고, 조금이라도 내가 이득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듯이 상대도 그럴 뿐이라는거죠.
그러니 내가 맞춰야한다가 아니라 상대와의 트러블은 어느 한쪽이 나빠서 생기는게 아니라 나와 상대 모두 완벽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트러블이니 미워하지는 말자는거예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관계이고 나도 상대도 똑같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생기는 트러블인데 상대를 미워할 필요는 없잖아요.
K양
아니, 어떻게 안미워해요!? 그냥 남이면 모르겠지만 사귀는 사이인데! 속이 상하는데! 그냥 그러려니하고 참고만 살수는 없는 거잖아요.
바닐라로맨스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트러블들을 나만 억지로 떠안아야하는건 아니에요.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요. 상대방의 어떤 가시가 나를 찌른다면 고통을 감내하며 꽉 껴안을 수도 있고, 가시가 찌르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도 있고, 안타깝지만 서로를 위해 이별을 택할 수도 있겠죠.
미워하지 말라는건 내 속을 상하게 하는 상대를 억지로 맞춰주며 만나라는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안맞으면 그냥 헤어지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고요. 미워하지 말라는건 나와 상대의 모순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수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당한 거리를 찾자는 말이죠.
K양이 고슴도치를 기른다고 생각해보세요. 툭하면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워 K양을 찌른다고해서 K양은 고슴도치의 가시를 죄다 뽑아버리실건가요? 아니면 넌 왜 가시가 있냐고 화를 내고 소리지르실건가요? K양이 정말 고슴도치를 사랑한다면 고슴도치가 언제 가시를 세우는지, 고슴도치의 습성과 생태를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하시지 않을까요? 이런것이 K양이 고슴도치에게 억울하게 맞춰주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