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Feb 20. 2019

연애 트러블, 행동을 바꿔야하는건 아니다.

연애 트러블, 행동을 바꿔야하는건 아니다.

K양 

하지만...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거네요? 제가 남자친구를 같은 편이라 여기고 열린자세로 대화를 한다는게... 말은 좋아 보이지만 솔직히 본질적인 해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화를 한다고 나나 상대가 바뀌는건 아니니까요. 


바닐라로맨스 

음... 뭔가...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온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가 하고 있는건 어떤 정답을 찾는게 아니라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니까요! 얼마든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도 괜찮아요. 

그래요. 대화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에요. 아마 아무리 대화를 해도 상대가 내마음에 쏙 들게 바꿀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대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건 마찬가지죠. K양의 지난 연애들과 다른 사람들의 연애들까지 따져봐요. 


연애를 하며 상대와의 트러블을 겪을때 화를 내거나 논리적으로 논쟁을 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케이스가 있던가요? 남자친구에게 화를 냈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여자친구에게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헌신하는 케이스 본적 있어요? 아니면 남자친구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인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비판을 해서 남자친구의 행동을 제대로? 교정에 성공한 케이스는 본적이 있나요? 


K양 

그렇게 물어보신다면... 솔직히 화를 내든 논쟁을 하든 갑자기 확 180도로 변해서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네요. 화를 내든, 따지든 잠깐 나아지긴 하지만 결국엔 다시 변하는것 같긴 해요. 그런데 그런 식이라면... 대화도 할 필요가 없는거 아닌가요? 화를 내든 대화를 하든 달라지는게 없는건 똑같으니까요. 


바닐라로맨스 

갑자기 K양의 이야길 듣고나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연인간의 트러블은 화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니 대화를 해야한다고 쓴 칼럼에 이런 댓글이 달렸었어요. "이 글을 집사람에게 보여줬더니 '화를 내면 문제는 해결안되지만 그래도 속은 시원하잖아'라네요...ㅎㅎㅎ" 라고요. 솔직히 이 댓글 보고 좀 안타깝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도 하고 그랬었네요... 


그래요. 대화를 하든 화를 내든 상대가 내입맛에 맞게 변하지 않는다는건 같아요. 하지만 꼭 상대의 행동이 바뀌어야만 하는건 아니에요. 


K양 

상대의 행동이 바뀌지 않아도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말은 결국 내가 이해하고 참으면 된다는 말이랑 똑같은거 아닌가요? 


바닐라로맨스

너무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시지 마시고 일단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행동이 바뀌지 않아도 된다는건 내가 참으면 된다는게 아니라 연인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가 어떤 행동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에요. 

예를들어 상대가 연락이 줄어들어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건 절대 줄어든 연락의 횟수 때문이 아니에요. 만약 남자친구의 집안에 큰일이 나서 그것을 수습하느라 연락이 줄어들었다면 서운할 수는 있어도 화를 내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 문제는 줄어든 연락이 문제가 아니라 줄어든 연락에 대해 K양이 어떤 가치판단을 내리느냐인거죠. K양이 보기에 그 원인이 납득할만한 일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K양이 보기에 납득하기 어렵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거죠. 


K양 

맞아요. 저도 아무때나 화를내거나 남자친구를 쪼는건 아니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봐서 그럴만하면 저도 아무말 안해요. 오히려 걱정을 해주고 힘이 되어주려고 하죠. 문제는 제가 볼땐 별로 바쁜것 같지도 않은데 바쁘다고 하거나 노력한것 같지도 않은데 자기는 할만큼 했다고 하니 화가 나는거죠. 


바닐라로맨스 

그러니까 화를 낼게 아니라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는거예요.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할수도 없고 상대의 노력은 작고 나의 노력은 크게 느끼기 쉬워요. 그러니 열린 자세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서로를 비난하며 소모적인 논쟁에 빠지기 쉽죠. 

불만을 느끼는 상황에서 열린 태도로 대화를 한다는게 어렵겠지만 둘중에 한쪽이라도 일단 시작을 하면 객관적인 행동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서로의 생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결국 트러블을 해결한다는건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데에 목적을 둬서는 안돼요. 화를 내든, 대화를 하든 근본적으로 그 행동을 바꾸기는 어려우니까요. 우리가 주안점을 둬야하는건 근복적인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에 둬야해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남자친구가 왜 그랬는지 K양이 납득을 한다면, 그리고 남자친구가 K양의 아픔에 공감을 한다면 객관적인 행동은 동일해도 그 행동이 트러블이 되기보다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될테니까요. 물론 이또한 K양 입장에선 답답한 이야기가 될거예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막연히 답답해하기보다 다음주까지 저와의 대화를 한번 곱씹어 보시겠어요? 물론 다음주에 오셔서 저에게 답답함과 불만을 쏟아내셔도 괜찮아요. 오히려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다만, 제 얘기에 대한 반박할 방법에대해서만 골몰하시지 마시고 우리의 대화의 목적인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기를 떠올려 보시며 좀 더 열린 태도로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K양 

알겠어요. 뭔가 더 물어보고 싶고 대화해보고 싶지만 이대로 대화를 이어가는건 비슷한 질문과 비슷한 대답이 반복될것만 같네요. 일단 저도 좀 더 열린 태도로 생각을 해보고 다음주에 더 여쭤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15.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