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
살짝... 억지스런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생각인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제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니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같은 편인데... 왜 이렇게 연애하기가 힘든걸까요? 서로 같은 편이니 서로를 위해 조금만 더 배려하면 참 좋을텐데말이죠.
바닐라로맨스
같은 편이지만 서로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공유하기 보다 자꾸 상대가 나에게 상처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머리로는 같은 편이라는걸 이해하기 쉽지만 마음적으로는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공유하며 열린 자세로 다가가기가 어려운거죠. 그러니 상대도 방어적이고 감정적으로 피드백하기 쉽고요.
K양
하지만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공유하는건 솔직히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분명 연애라는건 같은 편이니까 하는거지만 누군가를 믿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남자친구가 저에게 거짓말을 한적도 몇번 있었고, 남자친구를 너무 쉽게 믿었다가 나중에 상처받고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도 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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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내가 상대를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도 나와 똑같아요. 내가 믿음 줘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서로 상대가 내게 믿음을 줘야 나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걸 실감하기가 어려운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서 신뢰와 신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주위 사람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신용하여 서로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정말 그랬다.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명언이다."라고요.
신뢰는 타인과 소통을 하기위한 기본 조건이에요. 타인과 소통을 하며 "이 사람은 나에게 상처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그 사람과 열린태도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은 언제나 변함없을거야!"라는 식으로 무턱대고 신용을 해버린다면 상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우리는 연인을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아야해요. 이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남자친구가 내가 바라는대로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일부러 상처주려고 하지는 않을거야"라고요.
남자친구와 같은 편이되어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K양은 남자친구가 원하는대로 또 남자친구는 K양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며 완벽한 팀웍으로 어떠한 게임이든 무조건 이길수 있을까요? 아마 같이 게임을 하다보면 서로 손발이 잘 맞질 않아 속이터져서 "이러느니 그냥 혼자하는게 낫겠다!"하는 생각이 들거예요. 그렇다고 K양이나 남자친구가 게임에서 일부러 지기위해 그런건 아니잖아요.
같은 편이 된다는건, 상대와 내가 한마음이 된다는게 아니에요. 같은 편이라는건 서로를 위해 모든것을 희생는게 아니라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서로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일 뿐이죠.
K양
정말 좋은 말이네요.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대로 행동하지 않겠지만 내게 일부러 상처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꼭 기억해둘게요.
바닐라로맨스
앞으로 신뢰와 신용을 구별하고 신뢰하되 신용하지 않는다면 K양도 남자친구를 같은 편이라고 여기고 열린자세로 대화하기 쉽겠죠?